금융지주 보험사, 보험금 지급 거부 많다
경북 김천에 사는 손모씨(53)는 작년 말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차례에 걸쳐 항암치료를 받았다. 보험에 가입한 그는 A생명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열흘간의 입원 치료비만 받을 수 있었다. 손씨는 “보험사가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부대 치료에 대해서는 비용을 정산해줄 수 없다고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손씨의 사례처럼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열 건 중 한 건의 보험금 청구를 거절하는 회사도 있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보험금 부(不)지급률이 가장 높은 생보사는 우리아비바생명(9.48%)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사 고객들은 지난 3년간 총 1만9704건의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1867건이 거부됐다. 다음으로 KB생명(4.63%) 하나HSBC생명(3.50%) AIA생명(3.26%) 등의 순이었다.

대형 금융지주회사 계열사의 보험금 지급 거부 비율이 높았고, 삼성·대한·교보 등 대형 생보사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우리아비바생명 관계자는 “전산 시스템을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보험금 지급이 지연되는 사례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보험금 부지급률은 직전 3년간 고객이 청구한 보험금 중 보험회사가 이런저런 이유로 지급하지 않은 비율이다. 보험사기나 실효계약, 보험기간 만료 등은 모두 제외됐다. 소비자 민원이 가장 많은 항목이어서 금융감독원이 올해부터 매년 한 차례씩 공시를 의무화했다.

손해보험사 중에선 차티스손보(6.51%), 에이스손보(3.50%) 등 외국계 회사의 부지급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그린손보(2.65%)와 메리츠화재(2.36%) 흥국화재(1.87%) 삼성화재(1.61%) 등도 보험금 지급 거부가 많은 편이었다.

금감원은 보험금 부지급률 외에 보험금 불만족도를 별도로 공시하도록 했다. 보험금 청구 건수 중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아 보험사 또는 고객이 계약을 해지한 비율이다.

생보사 중에선 △동부생명(6.72%) △우리아비바생명(4.61%) △에이스생명(4.75%) △하나HSBC생명(4.04%)이, 손보사 중에선 △악사다이렉트(5.81%) △에이스손보(1.68%) △그린손보(1.26%) 등의 보험금 불만족도가 높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금 부지급률이 지나치게 높은 회사에 대해선 추후 검사 자료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