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살얼음판 IT세계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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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윤 IT모바일부장 hyunsy@hankyung.com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앤디 루빈이 삼성전자에서 박대를 당하고 돌아갔다는 얘기가 지난해 회자된 적이 있다. 지금은 구글 부사장으로 있는 루빈은 2004년 벤처기업이었던 안드로이드를 삼성전자에 매각하기 위해 한국을 찾아왔는데, 삼성은 안드로이드의 가치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구글의 하청업체?
진위야 어쨌든 이 얘기에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삼성전자의 무지’를 타박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등이 소프트 파워를 앞세워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반면 한국 기업들은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 생산에만 몰두하는 굴뚝기업이라는 비아냥이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같은 사람마저 “삼성전자가 구글의 글로벌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을 정도였으니까.
삼성전자가 만약 루빈의 제안을 받아들여 안드로이드를 인수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안드로이드가 지금과 같은 위상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다양한 서비스까지 한 업체가 모두 제공한다고 해서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애플이라는 예외가 있긴 하지만, 그것은 스티브 잡스라는 탁월한 기업인이 30년 이상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술력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차세대 통신망으로 개발한 ‘와이브로’는 한국이 가장 앞섰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대세를 만들지 못했다. 롱텀에볼루션(LTE)으로 불리는 유럽 주도의 기술표준에 밀렸다.
지금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체들은 합종연횡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미국에서 잇따라 열린 글로벌 IT기업들의 ‘개발자 콘퍼런스’는 이런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모바일 기기에서 최강자인 애플에 맞서 구글 진영과 마이크로소프트 진영이 전면전에 돌입했다. 이 전쟁의 승패에 따라 세계 IT 지도는 완전히 바뀔 것이다.
특허 소송은 또다른 전쟁터다. 삼성전자와 구글이 공동으로 내놓은 갤럭시 넥서스폰은 미국에서 판매금지 가처분을 받았다. 애플의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탓이다. 태블릿PC인 갤럭시탭10.1에 이어 두 번째다.
삼성전자가 최근 내놓은 갤럭시S3 스마트폰은 세계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애플과 한판 붙어볼 만하다는 평가가 미국과 유럽 언론에서도 자주 나온다. 그러나 언제 어느 곳에서 역습을 당할지 모른다. 잠깐 한눈을 팔면 노키아나 RIM(블랙베리 스마트폰 제조회사)처럼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내부 위험이 더 치명적
그런데도 한국의 정치권과 정부는 딴 세상이다. 이제 막 개원한 국회에 기업의 이익을 나눠갖거나 규제하자는 법안들이 줄을 서 있다. 공정위는 ‘1%도 안 되는 지분으로 대기업 그룹을 지배하는 총수들’에 대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내놓았다. 대주주 지분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와 신규 사업이 활발했고, 기업이익이 더 많은 주주들에게 배분되고 있다는 뜻이다. 공정위는 이런 긍정적인 부분은 빼놓고 그룹 총수의 지배력이 과도하다는 측면만 부각시키고 있다.
올해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한 정치권의 ‘기업 때리기’는 기승을 부릴 것이다. 해외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이 정치권의 눈에는 ‘통통한 돼지’로만 보이는 모양이다. 치명적인 위험은 내부에서 생긴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삼성전자는 구글의 하청업체?
진위야 어쨌든 이 얘기에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삼성전자의 무지’를 타박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등이 소프트 파워를 앞세워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반면 한국 기업들은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 생산에만 몰두하는 굴뚝기업이라는 비아냥이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같은 사람마저 “삼성전자가 구글의 글로벌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을 정도였으니까.
삼성전자가 만약 루빈의 제안을 받아들여 안드로이드를 인수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안드로이드가 지금과 같은 위상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다양한 서비스까지 한 업체가 모두 제공한다고 해서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애플이라는 예외가 있긴 하지만, 그것은 스티브 잡스라는 탁월한 기업인이 30년 이상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술력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차세대 통신망으로 개발한 ‘와이브로’는 한국이 가장 앞섰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대세를 만들지 못했다. 롱텀에볼루션(LTE)으로 불리는 유럽 주도의 기술표준에 밀렸다.
지금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체들은 합종연횡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미국에서 잇따라 열린 글로벌 IT기업들의 ‘개발자 콘퍼런스’는 이런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모바일 기기에서 최강자인 애플에 맞서 구글 진영과 마이크로소프트 진영이 전면전에 돌입했다. 이 전쟁의 승패에 따라 세계 IT 지도는 완전히 바뀔 것이다.
특허 소송은 또다른 전쟁터다. 삼성전자와 구글이 공동으로 내놓은 갤럭시 넥서스폰은 미국에서 판매금지 가처분을 받았다. 애플의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탓이다. 태블릿PC인 갤럭시탭10.1에 이어 두 번째다.
삼성전자가 최근 내놓은 갤럭시S3 스마트폰은 세계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애플과 한판 붙어볼 만하다는 평가가 미국과 유럽 언론에서도 자주 나온다. 그러나 언제 어느 곳에서 역습을 당할지 모른다. 잠깐 한눈을 팔면 노키아나 RIM(블랙베리 스마트폰 제조회사)처럼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내부 위험이 더 치명적
그런데도 한국의 정치권과 정부는 딴 세상이다. 이제 막 개원한 국회에 기업의 이익을 나눠갖거나 규제하자는 법안들이 줄을 서 있다. 공정위는 ‘1%도 안 되는 지분으로 대기업 그룹을 지배하는 총수들’에 대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내놓았다. 대주주 지분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와 신규 사업이 활발했고, 기업이익이 더 많은 주주들에게 배분되고 있다는 뜻이다. 공정위는 이런 긍정적인 부분은 빼놓고 그룹 총수의 지배력이 과도하다는 측면만 부각시키고 있다.
올해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한 정치권의 ‘기업 때리기’는 기승을 부릴 것이다. 해외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이 정치권의 눈에는 ‘통통한 돼지’로만 보이는 모양이다. 치명적인 위험은 내부에서 생긴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