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이 아가씨에게 뭔가 고민이 있는 모양이다. 둥그런 눈망울 속에 수심이 가득하다. 밖에 나갔다 들어왔는데 엄마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나보다. 엄마는 어딜 간 걸까. 나를 버린 걸까. 내가 너무 말을 안 들었기 때문일까. 온갖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계단 앞에 앉아 턱을 괴고 멍하니 수심에 잠겨 있을 때 슬그머니 다가와 어깨에 턱을 괴는 쫑. 녀석은 꼬맹이 여주인의 고민을 알고 있다는 듯 끙끙거리며 한쪽 옆구리를 채워준다.

영국 화가 브리튼 리비에르(1840~1920)는 동물과 교감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는 데 평생을 쏟은 인물이다. 그만큼 개의 본성을 섬세하게 포착한 사람은 드물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개는 순종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람과 정서적으로 교감하며 위안을 주는 존재다. 그것은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화가는 그림의 힘은 번드르르한 외양에 있는 게 아니라 감성의 울림에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