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겠습니까. 칭다오(靑島) 중한촌 촌민위원회 서기(위원장)를 만나 아무 조건없이 앞으로 2년반 안에 공장을 옮기기로 합의했습니다. 공장을 다시 가동하고 있지만, 앞으로 어느 기업이 칭다오시에 투자하겠습니까.”(신신체육용품 관계자)

2일 칭다오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축구 배구 농구 등의 공인구 ‘스타’를 만드는 신신상사 중국법인 관계자였다. 그는 “지방정부가 마을주민을 동원해 회사 정문을 막아 공장을 한 달반 동안 가동할 수 없었다”며 “매일 발생하는 엄청난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신신체육용품은 1991년 칭다오에 진출하면서 중한촌 정부와 50년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중한촌 정부는 2010년 일방적으로 계약만료를 통보하면서 임대료 5배 인상과 2년 내 공장 이전을 요구했다. 중한촌 정부의 불법적인 요구를 거절한 신신체육용품은 올 들어 마을주민의 회사 정문 불법봉쇄(5월15일)와 무단침입(6월12일)을 겪어야 했다.

회사 측은 이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법원에 고소하는 한편, 주중 한국대사관과 칭다오 한국영사관을 통해 사태 해결을 시도했다. 하지만 칭다오 총영사와 시장의 면담조차 성사되지 못했다. 현지 경찰들도 주민들의 공장 불법 점거에 대해 “양측이 대화로 해결하라”며 방관했다.

보다 못한 신신체육용품은 베이징에 있는 한국대사관에 도움을 청했다. 중앙정부에 호소해야만 불법 봉쇄를 풀 수 있다는 절박감에서였다. 그러나 대사관이 나서 공안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고 상무부 외자국 관계자를 면담했지만 허사였다.

현지에서 한국 정부의 외교력에 대한 불신은 컸다. 이번 사태를 지켜본 교민 중 상당수가 “신신체육용품이 우리 정부에 미련을 버리고 더 빨리 항복했어야 했다”고 말할 정도다. 칭다오에는 6000여개의 한국 기업이 있다. 2010년 말 기준으로 한국의 칭다오에 대한 누적투자금액은 209억달러로 칭다오시 외국기업투자액의 33.8%를 차지한다.

한 교민은 “이번 사건으로 칭다오시 정부의 신뢰가 추락했다”며 “수교 2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에도 큰 상처로 남을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중국과 마찰을 빚을 때마다 ‘조용한 외교’로 실리를 챙겨야 한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번에 보여준 외교력은 초라하고 무력했다는 게 현지 평가다.

김태완 베이징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