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강의 축구팀으로는 1970년 멕시코월드컵에 참가한 브라질 대표팀이 꼽힌다. 거칠지 않으면서도 공격적인 경기로 축구의 새 장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시종 노련하게 경기를 이끈 펠레를 비롯 7경기 7골을 기록한 자일징요, 찬스 메이커 토스탕, 황금의 미드필더 리벨리노 등이 포진한 브라질은 다른 팀을 압도하며 줄리메컵을 들어올렸다.

1974년 서독 월드컵에 출전해 돌풍을 일으킨 네덜란드도 만만치 않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르과이 등 강호들을 6경기 14득점 1실점으로 무너뜨리며 단숨에 결승까지 치고 올라갔다. 당시 네덜란드는 듣도 보도 못한 전술을 폈다. 수비수와 공격수 사이를 10~20m 정도로 가깝게 유지하며 물결치듯 그라운드를 누볐다. 한 선수가 포지션에서 벗어나면 다른 선수가 그 자리를 메우며 공격과 수비를 팀 전체가 담당했다. 이른바 ‘토털 사커’다. 결승전에서 독일에 패했지만 네덜란드의 핵심 요한 크루이프는 MVP로 뽑혔다. 일부에선 토털 사커 등장 이후를 현대 축구, 그 이전을 고전 축구로 구분하기도 한다.

2일 새벽 우크라이나에서 열린 유로2012 결승전에서 이탈리아를 4 대 0으로 누르고 우승한 스페인도 최강의 팀으로 손색 없다는 평가다. 뛰어난 공수 밸런스를 유지하며 6경기에서 12골 1실점이라는 ‘믿기 어려운’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유로 2008, 2010 남아공월드컵에 이어 이번 유로 2012까지 메이저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유럽선수권대회 2연패도 사상 처음이다. 이 기간 동안 FIFA랭킹에서도 네덜란드에 잠깐 자리를 내준 것을 제외하고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스페인 축구의 특징은 기술을 앞세운 패싱게임이다. ‘공이 사람보다 빠르다’는 단순한 원리를 철칙으로 삼는다. 화려하고 긴 드리블보다는 정교한 패스에 주력해 볼 점유율을 끌어올린다. 라인업을 봐도 사비 에르난데스, 안데레스 이니에스타, 세스크 파브레가스, 사비 알론소 등 패스의 달인이 즐비하다. 여기에 전담 공격수를 두지 않고 중앙 미드필더와 측면 공격수들이 함께 공격에 가담하는 이른바 ‘제로 톱’ 전술이 조화를 이루며 막강한 전력을 갖추게 됐다.

축구 결승전에 앞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유럽재정안정기금 등으로 위기국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방안을 독일이 전격 수용함으로써 스페인은 경제위기에서도 일단 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처절한 긴축을 통해 빚을 다 갚기까지 위기가 계속된다는 사실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최강 축구팀을 보유했으면서도 우승을 맘껏 즐기기는 아직 이르다는 게 스페인의 비극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