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서울서 굴리고 세금은 지방에 내나"
서울시는 자동차 리스회사들에 대한 거액 세금 추징의 이유로 조세 정의를 들고 있다. 자동차 사용 본거지는 서울인데 세금을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것은 세금 납부의 기본원칙에 어긋난다는 얘기다.

하지만 리스업계는 이번 분쟁을 경기 악화에 따른 지자체 간 세금 전쟁으로 보고 있다. 세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주 경남 인천 등의 지자체는 그간 자동차를 등록할 때 지방채매입률을 낮춰주는 등의 유인책을 제시하며 리스사의 차량 등록을 유도해왔다. 심지어 지난 5월 서울 강남구청이 리스업계에 “더 이상 취득세를 다른 지자체에 내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일부 지자체는 이를 무시하고 “서울시에 과세권이 있다는 것은 서울시 주장일 뿐”이라는 취지의 공문을 리스회사에 보내기도 했다.

서울시가 과거 세금 추징에 나선 것은 이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서울시 자체도 세수에 여유가 없는 상황인 만큼 다른 지자체를 봐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차는 서울서 굴리고 세금은 지방에 내나"
금융계 일각에선 서울시의 추징 과세액이 1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리스업계는 지난 5년간 21조원의 자동차를 구입했는데 이 가운데 50% 정도가 서울시 주장처럼 사용 본거지를 바꿔 등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가 거둬간 취득세(10조5000억원×취득세율 7%)는 7350억원 수준이다. 한 해로 치면 15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가산금 3150억원(10조5000억원의 3%)을 더하면 총 추진세액은 1조원을 웃돈다. 한 외국계 자동차 리스업체의 경우 자체조사 결과 1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내야할 상황에 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의 취득세 소급 추징 방침에 대해 리스업계는 지자체에 세금을 납부해온 것이 정당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자동차 사용 본거지로 삼을 수 있는 곳은 서울시가 아니더라도 가능하고 해당 지자체가 예외조항으로 인정해 줬다는 것이다. 업계는 만약 서울시가 추징을 강행할 경우 조세심판원에 이의를 제기한 뒤 마지막에는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계획이다.

리스업계는 또 지자체 간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애꿎은 기업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그간 취득세를 안 낸 것이 아니며 지방채매입률이 낮은 곳을 택해 등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서울시와 다른 지자체가 협의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법적 대응에 들어가면 지방정부나 업계 모두 거액의 변호사 비용만 쏟아붓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는 서울시가 과세권을 갖는 것으로 확정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리스업계가 세금을 서울시에 추징당하고 나면 리스회사들은 이미 세금을 냈던 지자체를 상대로 세금을 돌려달라고 해야 한다. 지자체들은 벌써부터 돈이 없다며 ‘마음대로 하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리스업계가 매입했던 지방채도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받아내려면 다시 대규모 소송이 불가피하다.

리스업계 관계자는 “지방정부 간 세수확대 경쟁으로 야기된 문제를 중앙정부가 제대로 조정하지 못하고 민간 회사에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지자체 간 지방채매입률을 같게 하거나 리스사의 주소지가 아니라 차량 이용자의 주소지를 기준으로 등록하도록 하는 등 법적 보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종서/강경민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