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가뭄,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 탓에 옥수수, 밀 등의 가격이 한 달간 20% 넘게 폭등했다. 올해 작황이 나빠질 것이란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곡물 확보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최근 식량 가격 상승이 주요국 정책입안자들의 새로운 골칫거리로 부상했다고 2일 보도했다. 곡물 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agriculture+ inflation)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주요 곡창지대인 미국과 러시아는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고 중국 남부지역은 집중호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재고도 부족하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옥수수 비축량은 2004년 이후 가장 적은 31억5000만부셸로 조사됐다.

곡물 품귀로 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옥수수 12월 인도분 선물은 부셸당 6.33달러에 거래됐다. 6월에만 값이 24.1% 올랐다. 밀 9월 인도분 선물 값도 이날 부셸당 7.57달러까지 급등했다. 최근 한 달간 상승률은 20%에 달한다.

곡물 기업들의 몸값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시카고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컨소시엄(AGC)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북미지역 곡물 기업 간 인수·합병(M&A) 건수는 26건이었다. 연간으로는 2011년의 최대치(42건)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종합상사 마루베니는 지난달 미국 곡물업계 3위 업체인 가빌론을 인수하면서 시장 가격보다 10% 이상 높은 56억달러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