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제위기로 동아시아 경제성장률이 5%대로 떨어질 수 있다.” 세계은행(WB)의 경고다. 경고는 현실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일(현지시간) 발표된 각국 제조업 지표가 줄줄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성장의 대부분을 제조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제조업 지표 악화는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HSBC와 시장조사업체 마킷이코노믹스가 집계한 중국의 6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2로 전월(48.4)보다 하락했다.

중국 PMI는 8개월째 기준선인 50을 밑돌았다. 중국 제조업 경기가 8개월 연속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 지수가 50을 넘으면 경기확장을, 밑돌면 경기위축을 의미한다. HSBC는 “신규주문 등 수요 감소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날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PMI도 50.2로 전월(50.4)보다 하락했다.

중국뿐만이 아니다. 한국, 대만, 베트남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제조업 경기도 일제히 나빠지고 있다. HSBC와 마킷은 이날 6월 한국 PMI가 49.4를 기록, 5개월 만에 처음으로 50을 밑돌았다고 발표했다. 로널드 맨 HSBC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해외 수요가 줄어 한국 제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한국 정책당국은 경제 회복세를 유지하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HSBC와 마킷은 대만과 베트남 PMI도 50을 밑돌았다고 발표했다. 대만의 6월 PMI는 49.2로 전월(50.5)보다 떨어졌다. 베트남 PMI도 5월(48.3)보다 떨어진 46.6을 기록, 3개월 연속 위축됐다.

러시아와 인도 등의 제조업 경기도 둔화되고 있다. 6월 러시아 PMI는 51.0으로 기준선인 50을 겨우 넘겼다. 하지만 전월(53.2)보다는 하락했다. 아시아 3위 경제국인 인도의 PMI는 55.0으로 전월(54.8)보다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유럽, 미국 등 해외 수요가 줄어 인도의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6월 인도의 수출 주문은 작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세계은행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되면 올해 동아시아 지역 경제성장률이 5%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종전 전망치였던 7.6%보다 대폭 낮아진 것이다.

파멜라 콕스 세계은행 부총재는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되면 동아시아 경제도 수출 감소와 성장 둔화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는 6월 미국 제조업 지수가 49.7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5월(53.5)에 비해 제조업 경기가 크게 악화된 것이다.

마킷은 이날 독일의 6월 PMI도 45.0으로 2009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6월 PMI도 45.1로 11개월 연속 위축세를 보였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