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형기술 하나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기업을 꿈꾸는 강소기업이 있다.

경남 창원시 성주동에 있는 프레스금형 제작전문업체 동구기업(사장 류병현·사진)이 바로 주인공.

1993년 설립된 동구기업은 금형부품 가공업체로 출발했지만, 연구·개발(R&D)에 매진한 결과 지금은 금형 설계에서부터 가공, 영업까지 아우르는 종합 금형업체로 컸다.

창원 본사와 중국 톈진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는 동구기업은 에어컨, 냉장고, 조리기기, 세탁 등 백색가전을 비롯해 TV, 자동차 등에 쓰이는 200여 종류의 금형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제작된 금형제품은 LG전자, 나라엠앤디, 위니아만도 등 국내 업체를 비롯해 파나소닉, 소니, 캐논, 샤프 등 글로벌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금형 한 우물을 파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해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는 3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구기업이 경쟁자가 많은 금형업계에서 잘 나가는 건 끊임 없는 R&D 덕분이다. 류병현 사장은 2006년 ‘이달의 기능한국인’ 1호로 선정될 만큼 ‘금형 기술자의 대부’로 통한다. 그는 현재 기능한국인협회장을 맡고 있다. 그의 지도를 받은 기능 인력만 100여명에 달하며 이 중 절반 정도가 국내외 기능대회에서 입상할 정도로 실력이 쟁쟁하다.

류 사장은 “새 제품을 만들어내는 틀인 금형산업은 산업의 뿌리로 그만큼 고도의 숙련된 기술력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기술개발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류 사장의 기술개발에 대한 집념으로 동구기업은 ISO 9001, ISO 14001, 기술혁신형 중소기업(INNO-BIZ), QS 9000인증 등 수많은 인증과 금형기술 관련 2건의 실용신안, 특허 1건을 보유하고 있다. 2001년 자체 금형기술연구소를 설립, 지역 대학과 연구소 등과 산학연 협업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산학협력의 산물이 지난 2년간의 R&D 끝에 국산화한 ‘합성금형기술’이다. 여러 개 부품을 하나의 부품으로 일체화시킨 기술로 현재 국내 승용차 안전벨트 생산에 활용되고 있다.

합성금형은 기존 5개 부품이 하나의 부품으로 생산돼 생산성 향상과 함께 원가절감 효과를 가져왔다. 이런 소문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10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모노쓰구리전시회에서 각국 업체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작년 개발한 스테인리스 전용 금형기술도 가전업체의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스테인리스강과 VCM강판(철판위 비닐이 부착된 강판)은 고급 소재로 손상 방지를 위해 보호비닐을 씌운 채 찍어내는데, 금형작업 후 비닐을 다시 벗겨내야하는 불편이 따랐다. 하지만 스테인리스 전용 금형기술은 보호비닐을 씌울 필요가 없이 금형작업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류 사장은 “최근 출시되는 제품 사이클이 갈수록 짧은 만큼 이에 대한 금형기술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이런 흐름에 맞는 금형기술 개발에 올인해 업계 선두주자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창원=강종효 기자 k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