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대 고령층 여건 악화…'생활물가 안정' 가장 시급
올 상반기 ‘반짝’ 반등했던 우리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하반기에는 재차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확산에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국민들의 행복감이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국민들은 경제적 행복감을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생활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고소득층까지 예측지수 하락

2일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신문이 공동으로 발표한 ‘경제적 행복지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래 경제적 행복 예측지수’(121.0)는 2007년 하반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공무원(141.2)과 직장인(136.6)은 직전 조사 때보다 높게 나온 반면 자영업자(110.6)와 주부(101.0)의 예측지수가 각각 13포인트, 19포인트 하락했다. 4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예측지수가 떨어진 가운데 고령층인 50대(95.2)와 60대 이상(86.0)이 10포인트 이상씩 떨어져 고령층의 경제여건이 더욱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고액 자산가들의 예측지수도 하락했다. 연 소득 1억원 이상의 예측지수(142.8)는 전기보다 20.8포인트 급락했고 8000만~1억원 미만(130.8)도 19.2포인트 떨어졌다. 자산 규모에서도 20억원 미만 모든 계층에서 전기 대비 하락했다.

우울한 전망에 비해 올 상반기 경제적 행복지수(41.2)는 물가 안정과 일자리 확대 덕분에 전기보다 3.4포인트 상승했다. 세부 구성항목인 경제적 안정과 우위, 평등, 발전 등 대부분 지수가 높아졌다. 경제적으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대전·충남지역에 사는 대졸 이상 △공무원 △미혼의 20대 여성으로 조사됐다.

○국민소득 늘어도 행복은 제자리

행복지수와 함께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 1인당 국민소득은 증가했지만 경제적 행복감은 제자리 수준이거나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제적 행복감은 어떤지에 대한 질문에 59.4%가 ‘보통이다’고 답했으며 25.2%는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높은 물가 상승과 고용률 정체, 내수부진 등 체감경기 악화가 국민의 행복감을 개선시키지 못하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경제적 행복감이 나빠진 원인은 실질소득 감소(34.9%)가 가장 많았으며 물가불안(31.3%), 일자리불안(17.5%), 자산가치 하락(12.7%) 등의 순이었다. 경제적 행복감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는 46.0%가 ‘생활물가 안정’을 꼽았다. 물가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밖에 △일자리 창출(22.9%) △대·중소기업 동반성장(15.2%) △복지혜택 강화(11.5%) △부동산 경기부양(4.3%) 등이 뒤를 이었다.

올 하반기 경제 전망도 어두웠다. 하반기 경제가 상반기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은 46.2%, 나빠질 것이란 답이 36.5%였다. 이에 따라 하반기 소비는 현 수준을 유지(53.5%)하거나 줄일 계획(38.4%)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도 현 상태를 유지(50.2%)하거나 나빠질 것(36.9%)으로 내다봤다.

하반기 국내 경제의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론 가계부채 심화(39.0%)와 유로존 위기 지속(22.2%), 내수부진(19.3%), 부동산경기 침체(11.2%) 등을 꼽았다. 유 본부장은 “취약계층이 가계부채를 장기 원리금 분할 상환이나 저금리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