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美 억만장자 JYP 인수 제안 거절…스스로 세상 바꾸는 리더 돼야죠"
원더걸스와 2PM 등을 키운 JYP엔터테인먼트의 오너 박진영 씨(40)는 만능 엔터테이너다. JYP 미국법인장으로 8년째 세계 최대 미국 음악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그가 이번엔 영화에도 도전했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코미디 영화 ‘오백만불의 사나이’에서 주연을 맡았다. 잘나가는 대기업 직원이지만 상사가 저지른 비리를 덮어쓴 채 쫓기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영화다. 2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박씨를 만나 음악과 영화에 대한 비전과 소감을 들었다.

○미국 음악시장에 도전해보니…

박씨는 미국 시장 얘기부터 풀어놓았다.

“미국 시장에서 한번 해볼 만하다고 느꼈어요. 아시아지역의 경제 성장으로 미국인들의 시각이 바뀌었어요. 메이저 음악사들도 미국과 유럽 시장만 봐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들이 먼저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하겠다면서 같이 일하자고 제안하더군요.”

그는 미국 4대 메이저 음반사의 억만장자 오너도 찾아왔다고 했다. JYP를 인수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단칼에 거절했다.

“그쪽에서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어요. 제가 인수가격조차 묻지 않았으니까요. 그러자 목표가 뭐냐고 묻더군요. 저는 가만히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만 했어요. 그러자 한참 있다가 ‘신선하다(refreshing)’는 거예요. ‘다른 사람 입에서 그 말을 들은 지 오래’라면서요. 인수가격을 묻지 않은 게 신기하다며 무엇이든 필요하면 전화하라는 말도 했고요. 그는 지금도 제 전화를 잘 받아줍니다. 제가 귀여웠나봐요.”

박씨는 다음달 미국에서 ‘원더걸스’ 싱글을 낸 뒤 정규앨범도 발표할 계획이다. 미국 유명 프로듀셔들과 함께 작업했다.

“몇 년 전 ‘노바디’ 싱글을 미국에서 발표해 빌보드 메인 차트 76위에 올렸어요. 아시아 앨범이 100위권에 진입한 것은 30년 만이라더군요. 이번에는 50위권 이내로 진입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어요.”

박씨는 지난 3월 TV영화 ‘더 원더걸스’를 십대 청소년이 즐겨보는 케이블채널 ‘틴닉’을 통해 방송해 호평을 얻은 뒤 새로운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 기회도 얻었다.

“지상파 채널용 예능 프로그램과 13부작 드라마 시리즈를 JYP가 제작하기로 했죠. 방송 프로그램이 히트치면 광고 수입을 나누기 때문에 경제적 이익이 큽니다. 한국의 히트작보다 수익이 100배라고 보면 됩니다.”

박씨는 미국인들이 우리를 주목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경제 성장 덕분이라고 했다.

“특히 삼성 혼다 도요타 등 아시아 대기업들에 K팝이 빚을 지고 있어요. 경제가 급성장하는 중국에도 마찬가지고요.”

박씨는 프로듀서로서 세계적인 아티스트를 키우는 게 꿈이라고 했다.

“원더걸스와 2PM 등은 가야 할 목표의 30%에 와 있어요. 물론 영원히 100%까지 도달하지 못한 채 한방에 날아갈 수도 있죠. 축복과 운이 가장 중요합니다. 제 삶의 태도가 축복과 운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때로는 실패가 축복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똑같은 마음으로 나아가겠습니다.”

박씨는 “미국에는 자신과 비슷한 ‘놈’들이 세계 각지에서 많이 와 있기 때문에 정글이며 전장”이라고 했다.

“설령 실패한다 해도 리더가 되고 싶습니다. ‘애플’처럼 말이죠. 애플은 추락했을 때도 리더예요. 자기 취향을 가진 기업이니까요. 우리 대기업도 진정한 리더가 되려면 취향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오백만불의 사나이’ 연기해보니…

박씨는 영화 출연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도 풀어놓았다.

“드라마 ‘추노’의 천성일 작가가 저를 모델로 대본을 썼다고 찾아왔어요. 내용도 ‘코믹 추격전’이에요. 영화에 도전한 이유는 연기가 재미있기 때문이죠. 10여년 전 공옥진 여사의 공연을 보고 연기와 음악에 경계가 없다고 느꼈습니다. 내가 아닌 것을 순간적으로 다른 사람이 믿게 하는 것, 그게 노래와 연기라고 생각합니다. 배설의 쾌감도 음악과 연기가 똑같더군요.”

박씨는 영화는 감정의 흐름을 잡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저는 테크닉이 없으니까 진심을 무기로 연기했어요. 그런데 진심을 쏟아부은 몇 장면은 감독의 의도와 맞지 않았어요. 영하 20도에서 두 시간 동안 다른 스태프들을 기다리게 했어요. 민폐였죠. 미안하더라고요.”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