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킴벌리 이사 선임 비율을 놓고 격돌한 양대 주주 유한양행과 킴벌리클라크의 소송전에서 법원은 킴벌리클라크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이사 선임 비율은 각 회사가 보유한 지분율에 따라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법원의 이번 결정에 따라 3일 열리는 유한킴벌리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 비율을 현행 4 대 3(유한양행)에서 5 대 2(유한양행)로 조정하는 정관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본지 6월26일자 A1면 참조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성낙송 수석부장판사)는 유한양행이 이사 선임 비율을 현행(4 대 3)대로 유지하고 최규복 현 유한킴벌리 대표 해임 등을 요구하며 킴벌리클라크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에서 2일 원고 패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두 회사의 합작투자계약은 주식 보유 비율이 변동될 경우 이사 선임권 비율도 바뀔 수 있음을 예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분율이 변동된 1998년 이후에도 유한양행이 이사 선임권을 종전대로 유지할 수 있었던 건 킴벌리클라크의 호의 또는 양해 차원이지, 유한양행의 권리는 아니었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최 대표 해임에 대해 재판부는 “합작투자계약상 각 회사는 이사 선임권만 갖지, 해임권이나 교체권까지 인정되지 않는다”며 “유한양행이 최 대표를 지명했다 해서 자유롭게 해임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최 대표가 직원의 비위행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등 자질에 문제가 있어 해임해야 한다는 유한양행의 주장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법원 결정에 따라 3일 유한킴벌리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 비율을 조정하는 안건은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 7명 중 킴벌리클라크가 5명을 선임하게 되면 이사회 3분의 2가 친(親) 킴벌리클라크 인사로 채워져 정관 개정 등 유한킴벌리의 경영 전략도 킴벌리클라크에 유리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그동안 유한양행이 해임을 요구해온 최 대표도 직을 유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과 킴벌리클라크는 1970년 각각 지분율 40 대 60으로 합작회사 유한킴벌리를 설립하고 지분보유 비율에 따라 이사 7명 중 4명의 선임권은 킴벌리가, 3명은 유한양행이 갖기로 합의했다. 1998년 유한양행이 지분 10%를 킴벌리클라크에 넘겨 지분율이 7 대 3으로 바뀐 뒤에도 이사 선임 비율은 14년간 그대로 유지돼 왔다.

그러나 킴벌리클라크가 3일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킴벌리클라크가 선임하는 이사 수를 현행 4명에서 5명으로 늘리는 안건을 올리자 유한양행은 이번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유한양행 자회사인 유한킴벌리의 지분법 이익이 500억원에 달한 상황에서 경영주도권이 킴벌리클라크로 넘어가면 유한양행 주가에는 장기적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