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정상회담 이후 증권업계의 관심이 경기와 기업실적 등 펀더멘털로 되돌아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에 비춰 세계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국면이고, 기업이익 전망치도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일부 증권사들은 하반기 증시 전망치 하향 조정에 나섰다.

3일 한국투자증권은 하반기 코스피지수 전망치 상단을 종전 2250에서 2100으로 내려잡았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예상보다 중국 경기의 반등 시점이 늦어지고 있고 경기 둔화의 강도도 강해지고 있다"며 "유럽 역시 위기 대응을 위한 각국의 합의가 계속 지연되고, 건전했던 미국 경기마저 고용회복이 둔화되면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거시경제 우려가 기업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반영, 추가적으로 5% 정도의 주당순이익(EPS) 하향 가능성을 고려해 코스피지수 상단을 2100으로 낮췄다고 전했다. 전망치 하단의 경우 장부가치 1배가 의미 있는 지지선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 1750으로 유지했다.

앞서 신한금융투자 역시 경기회복 지연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리스크로 인해 유동성 순환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반영해 하반기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종전 1850~2250에서 1700~2150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 "경기회복 시기 이연 등을 고려하면 자산가치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돼 증시 하단을 지난해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 당시 1.0배를 적용한 1700으로 제시한다"며 "상단의 경우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기업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 가능성을 고려해 2010년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9.5배에 3%의 할인율을 적용한 2150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월초를 맞아 발표되는 경제지표에 비춰 미국과 중국, 유로존 제조업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표적으로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6월 제조업지수는 전월 대비 3.8포인트 급락한 49.7을 기록했다. 2009년 7월 이후 처음으로 중립선을 하회하면서 경기 우려가 재차 고조됐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6월 미 ISM 제조업지수에 나타난 제조업 경기의 침체는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그 폭이 경착륙 우려를 확산시킬 정도로 극심하다"며 "특히 선행지표인 신규 주문과 신규수출 주문지수의 급락은 미 중앙은행의 경기부양조치 원군 없이는 상당기간 극심한 침체가 불가피할 것임을 시사할 정도"라고 풀이했다.

미 제조업이 실질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수준에 불과하지만 경기선도 속성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여름 미국 경제가 침체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진단이다.

기업실적도 전망치 하락세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연초 홀로 상향 조정됐던 정보기술(IT) 업종마저 하향 조정세로 전환돼 올해 연간 이익 전망치는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동양증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분석 대상 200종목의 2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지난주 대비 0.9% 하향 조정된 24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5%, 4.7%씩 감소한 수치다. 이에 최근 2개월 조정폭은 -7.4%로 확대됐다.

또한 200개 종목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는 전년 대비 27.2% 늘어난 105조2000억원으로 집계, 연중 추정치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아직 미국, 중국, EU 등 G3 중앙은행이 추가적인 금융완화 조치에 나서 올 하반기 세계 경기 회복을 이끌 것이란 기대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 연구원은 "G3 중앙은행의 추가 금융완화조치가 경기급랭 완화란 소극적 경기 버팀목 역할에 그칠 것인지 3분기 중반 이후 완만한 경기회복 재개란 적극적 경기회복 기대를 형성시킬 것인지가 문제인데, 현재로선 후자에 비중을 둔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조달금리(refi) 금리 인하에 이어 중국 인민은행의 추가 정책금리 인하와 미국 중앙은행의 3차 양적완화(QE3) 조치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이 연구원은 전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4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4.83포인트(0.80%) 오른 1866.48을 기록 중이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