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시티 이번엔 '시공권 갈등'…포스코건설 '난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대주단 "일단 공사부터 시작하라"
포스코 "부지 매각 돼야 착공"
포스코 "부지 매각 돼야 착공"
건축 인·허가 비리에 휩싸였던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개발사업인 파이시티의 장기표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사업에 돈을 댄 우리은행·하나UBS자산운용 등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이 시공사인 포스코건설과 사업시행조건을 놓고 갈등이 깊어지고 있어서다. 대주단은 포스코건설과 맺은 우선사업자 계약을 깨고 다른 시공사를 찾는 방안까지 고려 중이다.
3일 금융권 및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리은행 등 파이시티 대주단은 지난달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심문(관계자 회의)에서 포스코건설 측에 △공사에 필요한 비용(1조5000억원)이 부족할 경우 자체조달할 것 △부지 매각이 완료되지 않았어도 일단 착공을 시작할 것 등을 요구했다. 당초 계약 내용에 없었던 것들이다.
대주단 관계자는 이와 관련, “사업이 시작되면 핵심 담보인 토지 소유권이 신탁사로 넘어가기 때문에 시공사가 일부 리스크를 분담하지 않으면 대주단 측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포스코건설이 기존 조건을 바꾸지 않겠다고 하면 (포스코건설과) 시공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다른 건설사를 선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주단과 포스코건설은 작년 8월 포스코건설이 시공권을 수주할 당시 제시했던 ‘선매각 이후 책임준공’이라는 조건을 두고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당초 4개 부지가 모두 매각돼야 착공할 예정이었다. 지금까지 매각된 곳은 2개뿐이다. 대주단은 그렇더라도 우선 착공을 시작하면 나머지 2곳도 매각이 수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주단은 또 ‘책임준공’의 의미를 다소 확대해 공사비를 자체 조달해서라도 일단 공사를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포스코건설 측은 “매각이 확정되면 그 업체들(수분양자)의 분양대금을 받아 책임준공을 한다는 뜻이지 대주단에게 책임준공을 해준다는 뜻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주단 중 농협 등은 포스코건설을 사업에서 빼고, 개발권 자체를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건설과 대주단은 4일 사업추진조건을 재협상할 계획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선매각 조건 등에 대한 변경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