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월 전력 공급 중단 사고를 낸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안전위)는 4일 원자력안전회의를 열고 지난 3월 결정한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 원전 1호기에 대한 사용정지 조치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으로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1호기 재가동을 위한 법적 권한은 확보했지만, 당장 재가동하기보다는 부산 지역의 반대 여론 등을 감안해 시일을 두고 재가동 시기를 정하기로 했다. 반(反)핵 단체들과 야당의 반발이 재가동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월성1호기 수명 연장에도 영향

안전위는 안전성 논란의 핵심이던 고리 1호기의 원자로 용기에 대해 벽 두께의 25%에 균열이 오는 상황을 가정해도 파괴될 가능성이 없으며, 수명 연장 기간인 2017년까지 운전해도 가압열 온도가 허용 기준(149도) 이하인 127도에 그칠 것이라는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놨다. 안전위 관계자는 “미국, 유럽에서 측정하는 검사 기법을 적용했으며 국내보다 더 오래된 미국 원전도 같은 방법으로 수명 연장 허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동차가 10년 지났다고 갑자기 성능이 나빠지지 않는 원리와 비슷하다”며 “고리 1호기는 2007년 1차 수명 연장 허가 때보다 안전성 측면에서 오히려 더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이번 안전위의 조사 결과는 오는 11월 설계수명 30년을 채우는 월성 1호기(1982년 11월 첫 운전)의 가동 연장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중·장기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고리 1호기처럼 월성 1호기도 가동 수명을 10년 연장할 방침이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고리 원전 재가동을 승인한 논리를 적용하면 월성 1호기의 가동 연장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들의 반대를 어떻게 누그러뜨릴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여름철 전력난에 ‘숨통’

관심이 모아지는 재가동 시점은 올여름 전력 수요가 정점에 달하는 다음달 셋째주 이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이르면 이번 주말 고리 원전을 방문하는 등 주민 설득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고리 1호기가 재가동되면 빠듯한 전력 수급난에도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지경부가 예상하는 8월 셋째주의 최대 전력공급 능력과 예상 피크 수요는 각각 7850만㎾, 7700만㎾로 이 경우 예비전력은 ‘경계’ 수준인 150만㎾에 불과하다.

이관섭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은 “고리 1호기의 발전용량(58만7000㎾)이 전체 전력설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고 볼 수 있지만 최대 피크기의 전력 사정 및 전력 구입 단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며 “재가동 시점을 하루라도 빨리 앞당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김태훈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