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의 입자' 힉스 확인…우주생성 비밀 풀리나
물리학자들이 우주 생성의 비밀을 풀 새로운 입자를 찾아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고에너지학회에서 입자 충돌 실험을 통해 거대 질량(125기가전자볼트)을 가진 17번째 기본 입자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1960년대 이후 현대물리학에서는 모든 물질을 분자, 원자보다 작은 최소 단위로 쪼개면 6쌍의 구성입자와 힘을 전달하는 4개의 매개입자 등 16개의 작은 입자로 구성된다고 설명해왔다. 이들이 결합해 물질이 만들어지고 상호작용한다는 게 일명 물리학 표준모형 이론이다.

물리학계는 실험을 통해 이들 16개 입자의 존재를 확인했지만 각 입자의 성질을 결정하는 질량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규명하지 못했다. 질량은 중력에 따라 달라지는 무게와 달리 물질 고유의 양을 말한다. 이번에 발견된 17번째 입자가 기존 의문에 대한 답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입자는 거대 질량을 가져 우주 기원으로 추정되는 137억년 전 ‘빅뱅’ 상황에서 다른 입자들과 충돌하며 이들의 질량을 결정하는 핵심 에너지를 제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설은 1964년 피터 힉스 에든버러대 물리학과 교수가 처음 제시했고 한국인 고 이휘소 박사가 그의 이름을 따 ‘힉스’로 명명했다.

힉스입자는 태초의 순간에만 잠깐 존재했다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면서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신과 흡사하다는 이유로 그동안 ‘신의 입자’로 불려 왔다.

연구진은 입자 충돌 실험에서 새로운 입자가 힉스일 확률이 99.99994%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했다. 300만번에 한 번 정도 오류가 발생하는 확률이다. 하지만 이 입자가 기존 이론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입자일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 조인 칸델라 CERN 대변인은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보면 이번에 발견된 입자가 물리학 표준모형의 힉스입자인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이번에 발견된 입자의 성질이 표준모형의 힉스입자인지 아니면 새로운 입자인지는 지금보다 3배 이상의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연말 이후에 결론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견이 힉스라면 현대 물리학 이론을 완성하는 계기가 되지만 힉스가 아닌 다른 입자라면 물리학계는 새로운 이론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박인규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지난해까지 새로운 입자의 단서를 포착한 수준이라면 이번에는 확실한 존재를 확인한 것이 성과”라며 “연말까지 이번에 발견한 입자가 힉스의 성격을 만족시키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힉스입자

137억년 전 우주가 대폭발(빅뱅)할 때 순식간에 태어났다 사라진 입자. ‘신의 입자’로 불린다. 표준모형에 나오는 우주를 이루는 기본 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다른 입자들은 모두 발견됐으나 힉스입자만 아직 못 찾고 있었다. 물리학자 피터 힉스의 이름을 따서 ‘힉스입자’라고 이름을 지은 사람은 한국 과학자 고(故) 이휘소 박사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