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 전면 개편, 차세대 전투기(FX) 사업 기종 선정, 인천국제공항 지분매각, 우리금융 민영화 등….’

정부가 올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대표적인 국정과제들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차기 정부에 부담을 주는 결정을 해서는 안된다며 중단을 요구하고 있고, 정부는 남은 국정을 포기하라는 것이냐며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국정 현안을 둘러싼 당정 간 대립이 격화되면서 하반기 예정된 세법개정안과 예산안 심의도 험난한 과정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들 중 상당수는 새누리당의 ‘4·11 총선’ 공약 및 향후 예상되는 대선 공약들과 맞물려 있어 ‘현재권력(이명박 정부)’과 ‘미래권력(새누리당)’의 격돌은 상당 기간 파열음을 내며 지속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정부가 당의 총선 공약인 무상보육 정책을 뒤집은 데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회의 동의가 필요없는 사안이라도 국민생활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사안이라면, 국회 논의 과정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겠다”며 “국회 동의가 필요없다고 해서 말 그대로 했다가는 탈이 나는 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참여하는 당·정·청 회의는 내 임기내 하지 않겠지만, 중요한 사안에 대해선 먼저 당의 의견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영 정책위 의장도 기자와 만나 “새누리당이 내건 공약을 새누리당 정부가 뒤집는 건 적절치 않은 처사”라며 “(정부의 발표와 상관없이) 우리의 길을 가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길은 우리가 가면 된다”는 말은 무상보육 정책은 입법과 예산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의 입장을 무시하고 총선 공약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책위는 정부가 당의 공약인 무상보육을 뒤집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정책위 고위 관계자는 “어차피 아무 일도 못하는 정부에 대응하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판단에서 가만히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무상보육뿐 아니라 총선 공약인 사병월급 인상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표한 것과 관련해서도 개의치 않고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진 의장은 “당·정 협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결국은 당의 뜻대로 되게 돼 있다”며 “국민들이 원하는 대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이 정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강하게 나가는 것은 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통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분석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사실상 임기가 6개월여 남은 정부가 할 일은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게 아니라 그동안 벌여 놓은 일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라며 “국민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한 정부가 정책을 이런 식으로 계속 밀어붙이면 당의 대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총선 공약뿐 아니라 국회 동의가 필요없는 주요 사업에 대해서도 대정부 압박을 계속해나간다는 방침이다. KTX 일부 구간의 민간위탁 운영이나 차세대 전투기 기종 선정, 우리금융지주 매각, 한·일 정보협정 체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은 차기 정부로 넘기라는 것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