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선 지난달 모두 649채의 다세대·연립주택이 경매시장에 등장했다. 작년 6월 경매로 나온 물건은 350채에 불과했지만 1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들 물건 중에는 불로·마전택지지구 등 서구 일대에 지어진 새 집도 많다.

뉴타운·재개발 등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의 낡은 다세대주택도 경매시장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2003년의 인천지역 서민주택 경매대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세대·연립 경매 대란

수도권 연립ㆍ다세대주택 경매 쏟아진다
4일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수도권에서 대표적 서민주택인 다세대·연립주택이 대거 경매로 나오고 있다.

인천지역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2008년 상반기 1036건 수준이던 다세대·연립주택 경매물건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 올 상반기 3119건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경매물건수는 1541건에서 2481건으로 증가했다. 경기도에서도 2128건 수준이던 경매물건수가 3417건으로 늘어났다.

이는 전반적인 경매물건 감소 추세와 역행한다. 전국의 경매물건은 2008년 상반기 16만건에서 올 상반기 12만건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도 비주거용 물건이 줄어들면서 전체 경매물건은 2009년 상반기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며 “반면 수도권 다세대 주택물건은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건수가 많다 보니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낮아지는 추세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작년 6월 83%이던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낙찰가율은 올 6월 76%로 떨어졌다. 경기지역도 같은 기간 82.8%에서 74.1%로 낙찰가율이 낮아졌다.

○공급 과잉, 재개발 좌초 등 악재 여파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민주택 경매대란’의 가장 큰 원인으로 공급 과잉을 꼽는다. 2008년 이후 수도권에서는 전세대란과 재개발 예정구역에서 시세차익을 노린 다세대·다가구 주택 신축이 봇물을 이뤘다. 이후 주택경기 침체로 대출 부담을 끼고 팔렸던 물건들이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해 경매로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천 부평동 랜드허브공인의 문근식 대표는 “땅값이 상대적으로 싼 서구 계양구 등에서 다세대주택 공급이 많이 이뤄졌다”며 “부동산값 거품이 꺼지자 대출을 걸고 매입한 이들은 요즘 집을 포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에서는 2003년에도 전세난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이들 서민주택이 대거 경매 처분됐었다.

특히 소액의 입주금과 대출만으로 분양받은 이들은 상황이 심각하다. 중개업계에 따르면 인천 서구 일대에선 건축업자들이 분양가 8000만원 전후의 다세대주택을 7000만원 이상의 대출을 끼고 분양한 사례가 많았다. 여기에는 실거래가보다 높게 매매가격을 써내 대출을 많이 받는 방식이 동원됐다.

뉴타운·재개발 등 개발이 좌초된 것도 주요 원인이다. 재개발 호재가 많았던 인천 남구에선 2007년 전후 1억3000만원까지 갔던 전용 60㎡(18평) 빌라가 1억1000만원에도 팔리지 않는다.

2007년 1만7000여건이던 남구의 거래량은 작년 8000여건으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이런 탓에 대출금액과 전세금을 합한 금액이 집값보다 높은 깡통주택이 속출하고 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