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이 준비하고 있는 법안 가운데 겹치는 게 있으면 서로 만나 함께 논의하고 공동 발의해서 똑같은 법안이 여러 건 나오는 걸 줄입시다.”(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사진)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초선의원 정책개발’ 모임에서 나온 ‘겹치기 법안에 대한 다이어트’ 제안이다. 안 의원은 “내놓는 법안 수백개 중 통과되는 것은 극소수”라며 “우리가 미리 걸러서 합의된 법안을 제출하자”고 제안했다. 머리를 맞대면 더 좋은 법안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이유도 덧붙였다. 의원들은 호의적인 반응이었다. 이현재 의원은 “아주 좋은 제안”이라며 “적극적으로 추진하자”고 힘을 실었다.

지난 5월30일 19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된 뒤로 이날까지 발의된 법안은 501건. 하루에 약 14건씩 나온 셈이다. 안 의원은 “상당수 법안이 비슷하거나 같은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고등교육법 개정안’이라는 이름으로 발의된 법안은 9건이다. 이 중 이재영 홍지만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은 모두 대학등록금을 신용카드로도 낼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다. 이상민 안민석 민주통합당 의원은 각각 등록금 상한선을 정하자는 법안을 냈다. 이는 민주당이 당론으로 제출한 ‘고등교육법 개정안’과도 겹친다.

‘공직선거법 개정안’ 21건도 중복되는 게 많다. 원혜영 우윤근 이용섭 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은 보궐선거 투표율을 높이는 방안이다. 서병수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과 김성곤 민주당 의원은 재외국민 투표율을 높이는 방안을 내놨다.

이낙연 오제세 전병헌 박병석 민주당 의원이 각각 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역시 세제 개편을 통해 택시운전기사의 부담을 줄이는 법안이다. 군 공항 이전과 소음 방지 관련 법안은 5건이 겹친다. 미세하게 다른 부분이 있지만 합의를 거쳐 하나의 법안으로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은 “당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격려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