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신용카드에 디자인 입혀…10년만에 업계 선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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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master 디자인 경영 (1)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화…단일카드로 첫 회원 350만명
디자인 투자 늘릴수록 매출액 4배 빠르게 증가
인간의 오감 중 시각이 70%…디자인은 경영 프로세스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화…단일카드로 첫 회원 350만명
디자인 투자 늘릴수록 매출액 4배 빠르게 증가
인간의 오감 중 시각이 70%…디자인은 경영 프로세스
디자인은 심미적 보조수단이 아닌 보편적인 문제 해결 방법론이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조사에 따르면 상위 5%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모두 디자인을 기업 전략에 있어 중요한 요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상위 25%에 해당하는 기업 중 4분의 3 정도가 디자인의 전략적 가치를 실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1944년 설립된 이래 영국이 디자인의 종주국을 유지해 오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디자인 카운슬(Design Council)은 2007년 영국 기업의 디자인 실태 조사와 디자인과 매출, 이익, 고용증가율과 같은 기업성과 지표 사이의 계량 분석을 통해 지난 3년 동안 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늘린 기업일수록 매출이 더 많이 증대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디자인을 기업 경영 프로세스에서 핵심적인 부분으로 간주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들에 비해 매출이 4배 정도 더 빠르게 증가했다는 사실도 제시했다.
디자인이 가져다 주는 성과는 외국 사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도 성공적인 디자인을 확보한 중소기업 4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 있는데, 이들 중소기업이 제품 디자인 개발에 투자한 돈은 평균 2600만원에서 3000만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해당 제품이 10개월 만에 벌어들인 매출은 평균 57억3000만원에 이르러 투자 대비 약 220배 수준이었다.
#디자인을 중시하는 기업, 성장속도 빨라
굳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구 결과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주위에서 디자인을 통해 놀라운 성과를 달성했거나 위기를 극복한 기업을 적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기업인 현대카드가 그 중 하나다.
현대카드는 2001년 현대자동차그룹이 다이너스카드를 인수해 설립한 회사다. 인수 당시 국내 신용카드 시장 점유율이 1.8% 수준인 꼴찌 회사였다. 현대카드가 돌파구로 선택한 방법은 디자인이었다. 세계적 디자인 전문회사인 네덜란드계 ‘토털 아이덴티티’를 디자인팀으로 선정, 자신들이 구태의연한 금융회사가 아닌 개성 있고 차별화된 창의적인 금융회사로 거듭났다는 사실을 고객들에게 알리기 위해 기업 CI를 구축해 줄 것을 주문했다. 또 국내 최초로 회사 고유의 국·영문 서체를 개발해 자사 카드에 사용하며 차별성을 극대화했다.
현대카드는 디자인 대상으로 간주되지 않았던 신용카드에 디자인적인 요소를 부여, 소비자들로 하여금 혁신적인 금융회사라는 인식을 갖도록 유도했다. 또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부응하는 카드를 개별적으로 브랜드화해 M카드, S카드 등 알파벳 카드 시리즈를 출시했다. 컬러 카드 시리즈인 블랙, 레드, 퍼플 카드 등을 개발해 선풍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2003년 5월에 탄생한 M카드는 2005년 말 당시 단일 카드 상품으로는 최초로 회원 수 350만명을 달성했다. 현대카드는 수익의 50%를 전에는 없었던 신상품과 신채널을 통해 창출해내는 혁신기업이자, 비즈니스의 유행을 선도하는 카드업계의 리딩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카드는 이런 성과를 디자인을 통해 불과 10년 만에 달성했다.
#현대카드, 디자인 경영으로 거듭나다
이처럼 디자인을 통해 놀라운 성과를 거둔 회사가 있음에도 한국의 많은 기업들은 아직 디자인을 통한 기업의 혁신에 능숙하지 못한 듯하다. 이런 현상은 많은 경영자들이 아직까지 디자인에 대한 편향된 이해와 사고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바뀐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많은 기업가들은 디자인을 심미적 보조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물론 고전적인 의미에서 디자인은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 디자인의 어원은 라틴어 ‘데시그나레(designare)’로부터 유래했다. 경계선을 긋고 구획을 나눠 표시한다는 의미다. 이런 용어가 발전해 설계, 입안, 그림을 그리는 일련의 행위를 표현하는 단어로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정착된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디자인은 미적인 차원에 국한되지 않는다. 디자인은 회사 내부의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이며,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며, 신시장을 개척하거나 생산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공간디자인을 통해 구성원의 혁신 능력을 높이고자 하는 일련의 시도들이 있었다. 미국 미네소타대의 조안 마이어스-레비 교수는 다른 구조는 똑같은 대신 천장 높이만 3m와 2.4m로 다른 두 방을 만들어 각각 100명을 나눠 넣고, 동일한 문제와 퍼즐을 풀게 했다. 그 결과 높은 천장 아래서 문제를 푼 사람들은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생물학, 생화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소로 노벨상 수상자를 5명이나 배출한 미국의 소크연구소(SALK Institute)는 연구원들의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높이의 천장을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미국 기업의 사무실 또한 직원 1인당 사무공간이 1970년대 46~65㎡(14~20평)에서 18㎡(5.4평)로 개인 IT기기의 발달, 그리고 기업들의 경비절감 노력 등의 이유로 줄어들고 있지만 사무실 천장만큼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세기에는 사무실 천장 높이가 평균 2.4m였지만 1990년대 후반 2.7m로 높아졌고, 최근 신축 중인 빌딩들은 평균 3m에 가깝다. 이런 일련의 추세는 공간 디자인을 활용해 직원들의 창의력을 도모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노력을 보여준다.
#디자인이 창의력·품질 향상에 기여
디자인은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주요한 방편이다. 일견 제품의 품질을 개선하는 임무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엔지니어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제품의 품질을 개선하는 1차적인 역할은 엔지니어가 담당한다. 하지만 해당 제품에 아무리 좋은 성능과 기능을 탑재했더라도 물건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그런 기능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돼 있지 않다면 고객들은 제품의 성능이 개선됐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여러 제품들 중에서 기능을 100% 활용하고 있는 제품은 거의 없다. 주로 사용하는 기능들은 매뉴얼을 꼼꼼히 읽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본다면 이 같은 내용을 쉽게 이해할 것이다. 디자인을 통해 고객들이 매뉴얼을 읽지 않고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은 고객이 제품의 성능이 개선됐다고 느끼게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디자인은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기도 하다. 콜라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가 콜라를 맛보기도 전에 브랜드를 시각으로 확인하고 나서 몸에서 맛있다고 느끼는 화학작용이 먼저 일어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런 연구 결과는 회사의 로고, 기업의 제품 등을 통해 고객이 회사에 대해 인식하고 느끼는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방증하는 셈이다.
디자인은 신시장을 개척하거나 생산비용을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적절한 시기에 시장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지 여부가 시장점유율을 결정하는 데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철저히 준비되지 못한 제품을 출시할 경우에는 제품 리콜, 서비스 부재, 고객 불만 등이 이어져 불필요한 비용을 추가 지출하게 된다.
인간의 5감 중에서 시각이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니, 디자인의 중요성이 요즘 부각되고 있는 것은 오히려 때늦은 감도 있다. 오늘날 디자인은 기업 경영 전반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으며, 경영 현장에서 직면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많은 기업들이 디자인을 고려하고 있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1944년 설립된 이래 영국이 디자인의 종주국을 유지해 오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디자인 카운슬(Design Council)은 2007년 영국 기업의 디자인 실태 조사와 디자인과 매출, 이익, 고용증가율과 같은 기업성과 지표 사이의 계량 분석을 통해 지난 3년 동안 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늘린 기업일수록 매출이 더 많이 증대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디자인을 기업 경영 프로세스에서 핵심적인 부분으로 간주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들에 비해 매출이 4배 정도 더 빠르게 증가했다는 사실도 제시했다.
디자인이 가져다 주는 성과는 외국 사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도 성공적인 디자인을 확보한 중소기업 4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 있는데, 이들 중소기업이 제품 디자인 개발에 투자한 돈은 평균 2600만원에서 3000만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해당 제품이 10개월 만에 벌어들인 매출은 평균 57억3000만원에 이르러 투자 대비 약 220배 수준이었다.
#디자인을 중시하는 기업, 성장속도 빨라
굳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구 결과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주위에서 디자인을 통해 놀라운 성과를 달성했거나 위기를 극복한 기업을 적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기업인 현대카드가 그 중 하나다.
현대카드는 2001년 현대자동차그룹이 다이너스카드를 인수해 설립한 회사다. 인수 당시 국내 신용카드 시장 점유율이 1.8% 수준인 꼴찌 회사였다. 현대카드가 돌파구로 선택한 방법은 디자인이었다. 세계적 디자인 전문회사인 네덜란드계 ‘토털 아이덴티티’를 디자인팀으로 선정, 자신들이 구태의연한 금융회사가 아닌 개성 있고 차별화된 창의적인 금융회사로 거듭났다는 사실을 고객들에게 알리기 위해 기업 CI를 구축해 줄 것을 주문했다. 또 국내 최초로 회사 고유의 국·영문 서체를 개발해 자사 카드에 사용하며 차별성을 극대화했다.
현대카드는 디자인 대상으로 간주되지 않았던 신용카드에 디자인적인 요소를 부여, 소비자들로 하여금 혁신적인 금융회사라는 인식을 갖도록 유도했다. 또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부응하는 카드를 개별적으로 브랜드화해 M카드, S카드 등 알파벳 카드 시리즈를 출시했다. 컬러 카드 시리즈인 블랙, 레드, 퍼플 카드 등을 개발해 선풍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2003년 5월에 탄생한 M카드는 2005년 말 당시 단일 카드 상품으로는 최초로 회원 수 350만명을 달성했다. 현대카드는 수익의 50%를 전에는 없었던 신상품과 신채널을 통해 창출해내는 혁신기업이자, 비즈니스의 유행을 선도하는 카드업계의 리딩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카드는 이런 성과를 디자인을 통해 불과 10년 만에 달성했다.
#현대카드, 디자인 경영으로 거듭나다
이처럼 디자인을 통해 놀라운 성과를 거둔 회사가 있음에도 한국의 많은 기업들은 아직 디자인을 통한 기업의 혁신에 능숙하지 못한 듯하다. 이런 현상은 많은 경영자들이 아직까지 디자인에 대한 편향된 이해와 사고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바뀐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많은 기업가들은 디자인을 심미적 보조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물론 고전적인 의미에서 디자인은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 디자인의 어원은 라틴어 ‘데시그나레(designare)’로부터 유래했다. 경계선을 긋고 구획을 나눠 표시한다는 의미다. 이런 용어가 발전해 설계, 입안, 그림을 그리는 일련의 행위를 표현하는 단어로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정착된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디자인은 미적인 차원에 국한되지 않는다. 디자인은 회사 내부의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이며,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며, 신시장을 개척하거나 생산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공간디자인을 통해 구성원의 혁신 능력을 높이고자 하는 일련의 시도들이 있었다. 미국 미네소타대의 조안 마이어스-레비 교수는 다른 구조는 똑같은 대신 천장 높이만 3m와 2.4m로 다른 두 방을 만들어 각각 100명을 나눠 넣고, 동일한 문제와 퍼즐을 풀게 했다. 그 결과 높은 천장 아래서 문제를 푼 사람들은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생물학, 생화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소로 노벨상 수상자를 5명이나 배출한 미국의 소크연구소(SALK Institute)는 연구원들의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높이의 천장을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미국 기업의 사무실 또한 직원 1인당 사무공간이 1970년대 46~65㎡(14~20평)에서 18㎡(5.4평)로 개인 IT기기의 발달, 그리고 기업들의 경비절감 노력 등의 이유로 줄어들고 있지만 사무실 천장만큼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세기에는 사무실 천장 높이가 평균 2.4m였지만 1990년대 후반 2.7m로 높아졌고, 최근 신축 중인 빌딩들은 평균 3m에 가깝다. 이런 일련의 추세는 공간 디자인을 활용해 직원들의 창의력을 도모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노력을 보여준다.
#디자인이 창의력·품질 향상에 기여
디자인은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주요한 방편이다. 일견 제품의 품질을 개선하는 임무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엔지니어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제품의 품질을 개선하는 1차적인 역할은 엔지니어가 담당한다. 하지만 해당 제품에 아무리 좋은 성능과 기능을 탑재했더라도 물건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그런 기능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돼 있지 않다면 고객들은 제품의 성능이 개선됐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여러 제품들 중에서 기능을 100% 활용하고 있는 제품은 거의 없다. 주로 사용하는 기능들은 매뉴얼을 꼼꼼히 읽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본다면 이 같은 내용을 쉽게 이해할 것이다. 디자인을 통해 고객들이 매뉴얼을 읽지 않고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은 고객이 제품의 성능이 개선됐다고 느끼게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디자인은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기도 하다. 콜라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가 콜라를 맛보기도 전에 브랜드를 시각으로 확인하고 나서 몸에서 맛있다고 느끼는 화학작용이 먼저 일어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런 연구 결과는 회사의 로고, 기업의 제품 등을 통해 고객이 회사에 대해 인식하고 느끼는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방증하는 셈이다.
디자인은 신시장을 개척하거나 생산비용을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적절한 시기에 시장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지 여부가 시장점유율을 결정하는 데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철저히 준비되지 못한 제품을 출시할 경우에는 제품 리콜, 서비스 부재, 고객 불만 등이 이어져 불필요한 비용을 추가 지출하게 된다.
인간의 5감 중에서 시각이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니, 디자인의 중요성이 요즘 부각되고 있는 것은 오히려 때늦은 감도 있다. 오늘날 디자인은 기업 경영 전반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으며, 경영 현장에서 직면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많은 기업들이 디자인을 고려하고 있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