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 희망차게 잘 싸워줬으면…성의껏 격려하겠다"
"살다 보니 내 생에 이런 영광도 다 맞는군요."


64년 만에 런던 올림픽 무대를 다시 밟게 된 육상 원로 함기용(82) 선생은 벅찬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함 선생은 5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한체육회에 너무 감사하다.

예전에 연습하던 일도 기억나고 매우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함 선생은 우리나라가 광복 이후 처음으로 태극기를 앞세워 참가한 1948년 런던 올림픽에 마라톤 대표 후보로 뽑혀 출전한 51명의 선수 중 한 명이다.

당시에는 대표팀에서 나이가 가장 어린 탓에 경기에 나서지 못했으나 1950년 보스턴마라톤을 제패하는 등 해방 직후 한국 마라톤의 기개를 만방에 떨친 육상 영웅이기도 하다.

함 선생은 64년 전 올림픽에 마라톤 대표팀 동료로 나섰던 최윤칠(84) 선생과 함께 대한체육회의 참관단으로 초청받아 다시 런던 땅을 밟게 됐다.

뜻깊은 기회를 얻은 함 선생은 아직도 생생한 듯 당시의 기억을 더듬었다.

함 선생은 선수촌에서 건국을 맞았다고 했다.

1948년 런던 올림픽은 7월29일부터 8월14일(현지시간)까지 17일간 열렸다.

함 선생은 "마침 1947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서인복이 우승한 직후였던 터라 더욱 '대망'을 가지고 올림픽에 출전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당시 마라톤 대표팀은 막상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함 선생은 "작고하신 남승룡 선생이 코치로 계셨는데, 런던으로 오는 배 갑판에서도 멀미에 시달리는 선수들을 훈련시킬 정도로 무모하게 운동했다"면서 "선수촌에 도착하니 다들 기진맥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웃었다.

함 선생의 이야기는 자연스레 그때와 비교해 훨씬 좋은 상황에서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는 후배 선수들에 대한 아쉬움 섞인 당부로 이어졌다.

함 선생은 "64년 만에 다시 런던에서 달리는 후배들이 우리가 못 이룬 소원을 이뤘으면 좋겠는데 기록상으로 전망이 좋지 않아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고 답답해했다.

그러나 "물론 결과는 두고 봐야 하는 것"이라며 "후배들이 잘 싸워줬으면 한다.

색깔은 다르더라도 메달을 가져왔으면 좋겠다.

나도 무거운 마음이나마 많이 응원하고 성의껏 격려하려 한다"고 희망을 잊지 않았다.

오랜만에 밟는 런던 땅인 만큼 젊은 시절의 추억이 서린 장소와 사람들도 그리울 터다.

함 선생은 "아직 마라톤 코스를 알아보지 못했는데, 경기장이 다 바뀐 만큼 옛날 그 코스도 아니지 않겠느냐"면서 "운동하던 장소는 아니더라도 런던 타워브리지와 하이드파크, 왕궁 등이 다시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함 선생은 또 64년 전에 만났던 현지인들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그때 내가 우리 나이로 18살이라 출전 선수 중 최연소였다.

살아 있는 사람이 있겠느냐. 우리나라에도 이제 생존자가 몇 없는데, 오래 살다 보니 이런 영광을 다 맞는다"고 전했다.

또 "최윤칠 씨와는 종종 보곤 하지만 당시 함께 출전했던 홍정오 씨와는 중소기업은행 본점에 근무하던 시절 사업차 온 것을 잠시 본게 마지막이었다.

같이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깊은 추억에 잠겼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