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코스 셋업으로 유명한 US여자오픈(총상금 325만달러)에서 40도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폭염’이 변수로 등장했다.

6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의 블랙울프런 챔피언십코스(파72·6954야드)에서 열린 대회 첫날 선수들은 38.9도의 찜통더위 속에서 플레이했다. 연신 물을 들이켜고 우산으로 햇빛을 가려보지만 역부족이었다. 더위 탓으로 플레이가 지연돼 보통 4시간 걸리던 라운드가 6시간으로 늘어났다. 렉시 톰슨(17·미국)은 “전반을 마쳤더니 3시간이 지났더라. 그렇게 느리게 플레이한 줄 깨닫지 못했다. 동반자들도 그리 느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타이거 우즈의 조카인 샤이니 우즈(21·미국)는 “내가 살고 있는 애리조나주는 평소 46도가 자주 넘어가 폭염에 익숙해 있다. 그러나 여기는 다르다. 애리조나보다 습도가 높아 훨씬 더 땀이 난다. 하루 종일 멘탈을 유지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관람하던 갤러리가 폭염에 견디다 못해 쓰러지는 일도 수차례 발생했다.

평소 더위가 익숙하거나 폭염에 대비한 준비를 한 선수들의 성적이 좋았다. 톰슨은 “거의 매홀 물 한 병을 마셨다”며 “우산을 쓰고 젖은 수건을 라운드 내내 두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2언더파 70타로 선두그룹에 1타 뒤진 공동 4위에 포진했다. 골프백에 아이스팩을 준비한 미야자토 아이(일본)와 평소 더위를 좋아한다는 베아트리츠 리카리(스페인)도 2언더파를 쳤다. 이미나(31)는 팔토시(소매)로 햇빛을 차단하고 라운드 내내 젖은 수건을 머리 위에 쓰고 플레이를 했다. 미셸 위 아버지 위병욱 씨는 머리 위에 아이스팩을 얹고 걸어다니는 모습이 외신 사진기자들의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미국골프협회(USGA)는 1, 2라운드 폭염이 예상되자 △가능한 한 물을 많이 마시고 △선크림을 자주 바르고 △최대한 그늘에 머물고 △밝은 색상의 헐거운 옷과 모자, 우산 등을 착용하라는 조언을 공지하기도 했다. 아울러 선수와 캐디에게는 음료와 물을 티잉그라운드마다 제공했고 갤러리들에게는 한 병 값에 두 병의 물을 제공했다.

첫날 선두는 3명의 미국 선수가 차지했다. 월드랭킹 8위 크리스티 커와 15위 브리타니 린시컴, 206위의 ‘무명’ 리제트 살라스다. 14년 전 이곳에서 우승했던 박세리(35)는 이븐파 72타를 쳐 공동 15위로 무난한 스타트를 끊었다. 박세리는 1, 2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기세 좋게 출발했지만 8번홀(파3)에서 트리플보기가 나왔다. 티샷 미스로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한 박세리는 1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샷마저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결국 ‘4온2퍼트’로 이 홀에서만 3타를 잃었다. 박세리는 “아직도 사흘이 남아 있어 충분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고 강한 집념을 드러냈다.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에 도전하는 최나연(25)은 전반에 3타를 줄여 공동선두에 나서기도 했으나 후반 13, 15번홀에서 보기를 기록하며 박인비 이미나와 함께 1언더파 공동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연소 커리어-그랜드슬램을 노리는 세계랭킹 1위 청야니(대만)는 2오버파 74타를 치는 데 그쳐 공동 38위로 떨어졌다. 청야니는 이븐파를 기록하다 11번홀(파4)에서 트리플보기를 했다. 지난해 챔피언 유소연(22)은 2오버파로 1라운드를 마쳤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