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개 투표소 문 못 열어…"마감 연장 검토"

리비아가 7일 의회 선거를 치렀다.

무아마르 카다피의 42년 철권 통치 종식 이후 거의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열린 민주 선거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날 선거를 축제 분위기 속에서 축하했다.

그러나 동부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소가 문을 열지 못하는 등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역사적인 날…신은 위대하다" = 오전 8시(현지시간) 수도 트리폴리를 비롯한 전국의 투표소가 일제히 문을 열고 투표를 시작했다.

유권자들은 리비아 국기를 몸에 두르고 투표소에 나오는가 하면 전국 각지의 이슬람 사원에서는 "신은 위대하다"는 찬송으로 선거를 축하했다.

트리폴리소에서 투표한 파지야 옴란(40·여)은 "이 기쁨을 말로 다할 수 없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기뻐했다.

과도정부의 압델라힘 알 키브 총리는 트리폴리에서 투표를 마친 뒤 "환상적이다"라면서 "리비아 국민은 이 기쁨을 누릴 자격이 충분히 있으며 혁명 기간의 업적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비아 반군 지도자였던 압델 하킴 벨하지도 "리비아인의 수많은 희생으로 오늘 기념비적인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면서 "모쪼록 이번 선거로 모든 리비아 국민의 권리와 소망이 보장되는 국가의 기초를 세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리비아 국민은 이날 선거에서 제헌의회 의원 200명을 선출한다.

지역구 의원은 120명이며 나머지 80명은 정당별 비례대표 후보들이다.

제헌의회가 임기를 시작하면 국가과도위원회(NTC)를 중심으로 한 과도정부는 활동을 종료한다.

리비아 선거관리위원회의 누리 알 아바르 위원장은 "더운 날씨에도 투표율은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재외국민 투표도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날 선거에서는 리비아 무슬림형제단이 창당한 정의건설당이 자금력과 조직력을 앞세워 이번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마흐무드 지브릴 전 총리가 이끄는 국민전선, 이슬람 성향의 알 와탄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01개 투표소 운영 차질…"마감 연장 검토" = 근 반세기만의 역사적인 선거임에도 동부 지역 등에서의 반대 시위로 일부 차질이 빚어졌다.

아바르 선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체 1천554개 투표소 가운데 1천453개 투표소에서 투표가 진행됐다며 "94%의 투표소가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그는 "치안 문제로 선거 관련 기자재가 투표소에 전달이 안 됐다"면서 "투표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필요한 기자재를 이송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바르 위원장은 차질이 빚어진 투표소에 한해 이날 오후 8시인 투표 마감 시각을 자정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리비아 과도정부는 인구 비례에 따라 트리폴리가 있는 서부 지역에 과반이 넘는 102석, 동부에 60석, 남부에 29석, 중부에 9석을 각각 할당했다.

그러나 동부 주민은 벵가지를 중심으로 한 동부, 트리폴리를 비롯한 서부, 남부 사막 지역을 동등하게 3등분해 의석을 할당해야 한다며 선거 보이콧을 선언했다.

전날에도 전날 동부 벵가지 남쪽 하와리 지역에서 투표지를 싣고 가던 헬기가 소총 총격을 받아 선관위 직원 1명이 숨졌다.

같은 날 또 벵가지 시내의 벵가지 메디컬 센터 병원에도 로켓포 2발이 날아들었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이 지역 관리가 밝혔다.

공격의 정확한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병원 구내에 선거 관련 기자재가 저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선거를 방해하기 위한 공격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5일부터는 무장 시위대가 동부 브레가, 알 세드라, 알 하리가 등지의 주요 원유 생산 시설들을 점거하고 가동을 중단시켰다.

지난 1일에는 30여명의 시위대가 벵가지의 선관위 사무소에 난입해 집기를 부수고 투표용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두바이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