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원유 금 농산물 구리 등 상품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원자재 펀드의 수익률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연초 저조했던 농산물 펀드는 급반등 중이나 원유 관련 펀드는 연초와 달리 고전 중이다.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에 이어 주요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원자재 가격 하락 압력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경기에 민감하고 증시와 상관관계가 높아진 원유 구리 등 원자재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농산물이나 금 관련 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조언이다.


○글로벌 경기 우려로 원자재 펀드 ‘부진’

5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58개 원자재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4일 기준)은 -5.65%로 저조하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리스크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전 세계 증시가 출렁거린 최근 3개월간은 11.20%의 손실을 봤다.

연초 급등했던 원유 관련 펀드의 수익률은 바닥권을 헤매는 중이다. ‘미래에셋TIGER원유선물특별자산ETF’가 연초 이후 수익률 -17.77%로 성과가 가장 저조했다. 최근 3개월간은 21.85%의 손실을 입었다. ‘한화글로벌천연자원증권전환형자H(A)’(-17.59%), ‘삼성WTI원유특별자산1(C1)’(-17.35%) 등도 하위 펀드로 꼽혔다. 국제유가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조치에도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깊어지면서 5월 이후 본격적인 하락 국면에 진입한 탓이다.

비철금속도 마찬가지다. 런던금속거래소(LME) 비철금속 가격은 지난달 5.3% 하락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구리(-4.2%)를 비롯해 알루미늄(-8.8%) 주석(-6.2%) 등 전 품목 가격이 하락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비철금속 비수기인 여름 시즌이 다가오고 있고, 중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에는 아직 회의적인 입장이어서 비철금속 시황이 어둡다”고 진단했다.

○농산물 펀드 수익률 ‘급반전’

반면 농산물 펀드는 최근 한 달간 10% 넘는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글로벌 기상 악화 탓에 콩 옥수수 밀 등 주요 곡물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10개 농산물 펀드의 최근 한 달 평균 수익률은 10.50%로 33개 테마펀드 중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최근 1일주간 수익률도 4.48%로 나타났다.

연초 이후 수익률 상위 5개 펀드는 모두 농산물 펀드가 차지했다. 연초부터 대두 가격 상승세에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삼성KODEX콩선물(H)특별자산ETF’ 수익률은 27.02%에 이른다. ‘미래에셋TIGER농산물선물특별자산ETF’도 연초 이후 수익률은 12.72%, 최근 한 달간 수익률은 16.04%다. ‘도이치DWS에그리비즈니스자A’(8.96%), ‘신한BNPP포커스농산물자1A1’(6.83%)도 수익률 회복세가 뚜렷하다. 전문가들은 주요 곡물산지인 미국 중서부의 가뭄,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의 건조한 날씨, 브라질의 폭우 등 기상 악화로 곡물가격이 단기적으로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금 펀드는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 -0.60%로 보합세다. 미국 달러 강세와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 압력으로 연초 이후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상품별 선별 투자 필요

전문가들은 경기부양을 위한 효과적 정책 대응이 없을 경우 원자재 가격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및 유럽지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와 상품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당분간 조정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배 연구원은 “다만 최근 급등하고 있는 농산물 펀드는 글로벌 인구 증가와 기후변화 등을 고려할 때 분산 투자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