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웨스틴도쿄호텔이 80점 정도라면 한국의 웨스틴조선호텔은 90점을 주고 싶습니다. ‘한국적 정서’에서 나오는 서비스 차이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대표 성영목)은 이달 초 새 총지배인으로 재미교포 백경태 씨(영문명 브라이언 백·46·사진)를 임명했다. 1970년 4층이던 조선호텔을 20층으로 증축하면서 글로벌 호텔 브랜드와 손잡은 이후 42년 동안 한국계 총지배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웨스틴조선호텔은 신세계가 100% 소유하고 있지만 총지배인은 호텔 운영 노하우를 가진 웨스틴 계열 호텔 운영사인 스타우드에서 파견하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소공동 호텔 접견실에서 만난 백 총지배인은 “한국에 10점을 더 준 이유는 한국이 매뉴얼만으로 움직이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텔 직원은 로봇처럼 행동해서는 안 되며 ‘제6의 감각(직관에 의한 판단)’으로 움직여야 고객들이 편안함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그는 “웨스틴조선호텔이 100주년을 맞는 2014년까지 이를 100점 수준으로 올리는 게 임무”라고 전했다.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그는 리조트 시설 등의 개발 컨설턴트로 활동하다 호텔업계에 들어섰다. 열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간 그는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를 나와 일본의 세계적 부동산 개발회사인 PCKK에서 컨설턴트로 일을 시작했다. 일을 배운 뒤 미국에서 부동산 개발회사인 인터컨티넨털 매니지먼트 컨설턴트를 설립해 경영자로 나섰다.

백 총지배인이 호텔리어로 변신한 것은 가정의 중요성에 새삼 눈뜨면서부터였다. “회사를 7~8년 경영했을 때였죠. 어느 날 아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앨범을 꺼내 보이는데 그동안 찍은 가족사진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고민 끝에 그는 사업을 정리했다. 가정이 무너지면 아무리 성공해도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던 차에 1999년 컨설팅 일로 알고 지내던 웨스틴리조트 괌의 총지배인으로부터 함께 일해보자는 연락이 왔다. “호텔이라면 두 가지(가정과 일)를 다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국제마케팅 이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백 총지배인은 호텔 서비스도 ‘집의 편안함’을 1순위로 꼽는다. “고객이 호텔에 들어서는 순간 ‘내 집에 왔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야 합니다.” 그는 직원들에게 정형화된 서비스를 벗어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자세를 주문할 생각이다.

고교 시절 학교 테니스 대표였던 그는 탁구와 축구 등을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이다. 음악도 좋아해 대학교 때 5인조 밴드를 결성, MBC 대학가요제 미주지역 예선에 참가하기도 했다. 2003년 W서울워커힐 창립 멤버로 참여해 운영이사를 지냈으며, 2005년 아쿠아리조트클럽 사이판 총지배인, 쉐라톤 라구나괌리조트 총지배인을 거쳤다.

홍성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