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술자격증을 따는 외국인이 최근 10년 사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취업하기 위해 자격증을 받았다는 ‘생계형 취득’이 전체의 3분의 1가량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9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기술자격증을 받은 외국인은 2144명이었다. 10년 전인 2001년 61명에 비해 35.1배 늘었다. 직전 해인 2010년(778명)에 비해서는 2.8배 많아져 국내 외국인들 사이에서 자격증 취득 붐이 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에도 6월 말까지 국가기술자격증 필기시험을 접수한 외국인이 2만6308명에 달해 지난해 전체 접수인원(1만5661명)을 넘었다.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자격증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뭘까.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한 것은 ‘취업’이었다.

공단이 5월 자격증 취득자 11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자격증 취득 목적이 ‘한국 내 취업’이라고 답한 사람이 전체의 36.5%였다. 한국에서의 체류 연장(13%)이나 창업(7.8%)도 10%가량 돼 한국 정착을 목적으로 자격증을 받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단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에 대한 취업 관련 비자 발행 폭을 넓힌 게 원인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통상부는 2010년 하반기 외국국적 동포의 국내 취업을 허용하는 방문취업비자(H-2)를 도입했는데, 이런 변화가 외국인 자격증 취득 열풍의 바탕이 됐다고 보고 있다.

특히 지난 4월부터는 외국국적동포가 단기종합비자(C-3)나 H-2로 국내에 머물면서 국가기술자격을 받으면 재외동포비자(F-4)로 전환될 수 있도록 체류 제한이 완화됐다. F-4를 받으면 사실상 체류 기간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 외에 한국에서 자격증을 받은 이유로 전문지식 습득을 꼽은 사람도 25.2%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승진도 2.6%였다. 국내에 와 있는 고급 기술인력이나 주재원들은 자격증을 통해 지위 상승을 기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취업을 원하는 직종으로는 미용사(일반 및 피부 포함)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 말 현재 국가공인자격을 갖고 있는 외국인 5669명 가운데 미용사가 1478명으로 26.1%를 차지했다. 이어 정보기기운용기능사 604명(10.7%), 한식조리기능사 546명(9.6%), 제빵기능사 267명(4.7%), 지게차운전기능사 186명(3.3%) 순이었다.

자격등급별로는 기능사가 5217명으로 전체의 78.3%를 차지했다. 기능사는 외국인이 응시할 수 있는 것 가운데 학력이나 경력 제한을 받지 않는 유일한 국가기술자격증이다. 기능사보다 높은 숙련도가 필요한 기능장은 9년 이상의 실무경력 또는 7년 이상의 기능사 활동이 있어야 응시할 수 있다. 현재 외국인 기능장은 2명에 불과하다. 공단 관계자는 “갈수록 국내 체류 외국인이 증가하기 때문에 경력을 충분히 쌓으면 기능장 취득자도 많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문화사회 분야 전문가인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동남아 등에서 온 결혼이주자가 미용·제과 등 여성이 강점을 갖고 있는 직종을 중심으로 경제적 자립을 하는 흐름이 반영된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개발도상국의 인적자원개발을 지원한다는 측면에서도 외국인의 자격증 취득에 대한 제한을 점점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