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전만 하더라도 해외채권 투자는 국내 투자자들의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국내 금리가 높았기 때문에 해외채권에 투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이어 최근 유럽 위기까지 불거지면서 해외채권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저금리시대… 해외채권에 대한 관심증가

시장 변동성이 커진 데다 전세계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며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커지다보니 투자자들은 위험자산보다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러나 금리가 낮다 보니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쉽지 않은 것이 현재 투자자들의 고민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3.25%로 예상했는데 이는 전세계 경제성장률인 3.5%보다도 낮은 수치이다.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이제 우리나라도 완연히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저금리 시대를 맞이한 일본의 투자자들은 일찌감치 해외채권에 눈을 돌렸다. 장기불황과 저금리가 한창이던 2000년대 초반 낮은 금리의 엔화를 환전해 일본보다 금리가 높은 국가의 채권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자원부국을 중심으로 이머징 국채에 직접 투자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해외채권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높아진 것은 지난해부터다. 특히 브라질 국채가 인기를 끌고 있다. 월지급식 투자방식을 접하면서부터 해외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졌다. 이제는 월지급식 신탁상품이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투자기간 넉넉히 잡아야

국내 채권이 아니라 해외 채권에 투자할 때는 유의해야 할 사항들이 적지 않다. 브라질 국채를 포함해 이머징 국가의 국채를 투자할 때 반드시 살펴야 할 사항들을 체크해야 한다.

첫째, 이머징 국채를 투자할 때는 투자기간을 넉넉히 잡는 것이 유리하다. 단기간 투자할 때는 변동성이 높아 보이지만 장기 투자 시에는 낮은 변동성과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 국채에 투자했다고 가정할 때 최소 연 5.8%에서 최대 6.0%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 반면 이머징 국채에 투자할 때는 최소 연 12.4%에서 최대 13.9%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이머징 국채는 단기보다 장기투자가 어울리는 자산이라 할 수 있다.

둘째, 해외 채권의 손익은 세 가지로 구성된다는 점이다. 이자수익, 자본수익, 환차손익이 그것이다. 채권투자를 쉽게 설명하자면, 돈을 빌려주는 행위를 증서화한 것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갖고 있는 900원을 타인에게 빌려주면서 10년 뒤에 1000원을 갚을 것을 약속받고, 갚을 돈 1000원의 10%에 해당되는 이자를 매년 요구한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900원을 빌려주고 1000원의 이자수익과 100원의 자본차익이 발생하게 돼 총 수익은 1100원이 생기게 된다.

이것이 10년 만기 이표금리 10%짜리 브라질 국채를 단순화해서 설명한 것이다. 이자 10%는 고정돼 있고 채권금리가 내려가면 채권가격이 상승해 자본차익을 볼 수도 있다. 환율에 따라 환차손익이 생길 수도 있다. 이머징 국채는 높은 금리의 이표가 지급되기 때문에 투자기간이 길어졌을 때 환율변화에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셋째, 투자하기 전에 안전한 국가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머징 국채 투자는 자신의 돈을 대상 국가에 빌려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빌려가는 대상의 신용도를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과연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 대상인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헤알화 하락… 브라질 국채 투자 기회

지난해부터 브라질 국채 투자가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보다 높은 금리 때문이다. 연 10%의 이표 금리가 가장 큰 투자매력으로 꼽힌다. 또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절세혜택을 가진 금융상품이 줄어들고, 세율 인상 등 부자 증세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브라질이란 나라는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세계 6위이면서 자원부국이다. GDP 대비 부채규모가 선진국 대비 높지 않기 때문에 재정 안정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투자하기 안전하면서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많다는 얘기다.

최근 헤알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일부에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투자기간 동안 금리도 떨어져 채권 가격은 상승했다. 헤알화 가치가 떨어진 것을 채권가격 상승으로 인해 일정수준 상쇄했다는 얘기다.

새롭게 투자를 생각하는 투자자들에게는 헤알화 가치가 떨어져 있는 지금이 오히려 투자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브라질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헤알화 가치를 일부러 떨어뜨린 경향이 있고 2014년과 2016년에 월드컵, 리오 하계올림픽 등 메이저 스포츠 이벤트가 있어서 헤알화 강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브라질 채권을 투자할 때 매달 월지급을 받고자 하는 투자자들은 월지급식 상품을 이용하고, 복리투자를 통해 수익을 더하고자 한다면 재투자형 상품을 이용하면 된다.

새 구두를 사서 신으면 한동안은 발이 아프고 불편하듯 새로운 투자방법이 낯설고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변동성은 커지고 저금리 상황이 계속되는 투자환경하에서는 점점 투자영역을 넓혀가며 수익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 익숙하지 않지만, 이머징 국채 투자를 염두에 두었다면 장기적인 시각에서 여유롭게 투자하는 것이 성공투자의 길이다.

이관순 <미래에셋증권 고객자산기획팀장 cue92@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