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시장주의자’란 평을 듣는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연구위원이 10일 새누리당 산하 여의도연구소에서 경제민주화 특강을 했다. 정 위원은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에서 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베를린사회과학연구소와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금융경제연구소 등을 거쳐 시민단체인 대안연대회의에서 활동했다.

정 위원은 “순환출자금지나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같은 것은 외국 투기자본에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이라며 “경제민주화가 이런 것이라면 이것보다 복지국가 건설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양극화 현상 등은) 여야를 막론하고 지난 20년간 자본과 노동시장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거부한 시장만능주의를 용인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중요한 건 세금을 많이 걷는 것보다 소득 분배를 공평하게 하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재벌을 잡는다고 출총제를 부활하면 재벌들의 경영권 방어가 더 심해지고, 계열사를 매각해야 하는 결과로 이어져 일자리가 줄고 외국계 투자은행 등의 배만 불리는 등 역효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라리 이에 대한 논의보다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말하듯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어주는 노동 차원의 경제민주화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위원은 또 “공정한 사회를 만들려면 정의로운 구조가 선행돼야 하는데, 현재 노인 중 45%가 절대빈곤층이고, 의료 보육 등록금 문제가 정의로운 사회 구조를 방해하는 상황에서 출총제 부활이 더 시급한 문제냐”고 반문했다.

그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공정거래법을 없애고 30대대기업집단법을 만들어 중소기업들이 자리잡은 내수 서비스 산업에 진출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과거 막대한 정부의 특혜를 받아 성장한 재벌기업들의 불공정 거래에 대해선 사전 행정규제가 아닌 사후 사법처리로 더 강화하고, 내수시장보다는 수출과 신성장동력에 주력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모임을 주도한 남경필 의원은 “오늘 발언 중 공정거래법보다 기업집단법을 새로 만드는 걸 중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고 진영 정책위 의장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듣는 중”이라고만 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