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호 원자력연구원장 "10배 안전해진 스마트 원자로…세계 에너지산업 판도 바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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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량, 기존 원전 10분의 1…냉각수 유출 사고 등 차단
美보다 3~5년 앞서 개발…노후 화력발전소 대체, 개도국 등 시장 선점 기대
美보다 3~5년 앞서 개발…노후 화력발전소 대체, 개도국 등 시장 선점 기대
“‘스마트 원자로’는 에너지 산업 분야의 아이폰이 될 수 있습니다.”
정연호 한국원자력연구원장(62·사진)은 “인류의 원자력 이용 역사를 볼 때 중소형 원전이 새로운 성장축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원자력 연구·개발(R&D)을 책임지고 있는 원자력연구원은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 재가동을 놓고 안정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SAMRT)’란 이름의 새 원전기술을 발표했다. 이 기술은 기존 원전의 10분의 1 규모로 사람이 사는 곳곳에 설치해 전력생산, 난방은 물론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원자력연구원의 설명이다.
정 원장은 “2007년 등장한 아이폰이 불과 수년 만에 휴대폰 시장의 판도를 스마트폰으로 바꿔 놓은 것처럼 스마트 원전도 수백조원의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혁신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원장이 에너지 시장의 창조자로 꼽은 ‘스마트’는 소규모 전력 생산이 필요한 곳을 겨냥해 개발됐다. 그는 “스마트는 건설 비용이 7000억~1조원으로 대형 원전(3조~4조원)에 비해 비용 부담이 작다”며 “국가 전력망 규모가 작아 대형 원전 건설이 부적절한 나라, 땅덩어리는 큰데 인구는 흩어져 있어 송·배전망을 까는 데 돈이 많이 드는 나라, 오래된 화력발전소를 비슷한 크기의 원전으로 바꾸고 싶은 나라에 적합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개도국을 중심으로 스마트원전 바람이 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에너지부는 2050년까지 중소형 원전이 500~1000기 이상 건설돼 350조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한국전력을 주축으로 한 KEPCO컨소시엄은 최근 정부로부터 스마트 기술에 대한 표준설계 인가를 얻는 데 성공했다. 표준설계는 원자로 기술이 완성됐다는 것을 인증해준 것으로 이것만 갖고도 해외 원전 입찰에 나설 수 있다. 무엇보다 원자력 종주국인 미국보다 3~5년 앞서 개발을 마쳐 중소형 원전 시장 선점 기회를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1997년 개발이 시작된 스마트는 15년간 3100억원을 투자해 기술을 완성하기까지 두 번의 개발 중단 위기를 맞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30년 넘게 원자력연구원에 몸담아온 정 원장은 이 난관을 모두 이겨내고 스마트를 완성하는 뚝심을 보였다. 그는 “당시에는 유가 30달러를 기준 삼아 화력발전과 스마트 원전의 경제성을 비교하는 일도 벌어졌다”며 “연구원들이 중소형 원전에 대한 확신을 잃지 않은 게 개발을 끝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스마트 원전은 사람이 사는 도시 가까이 지어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전성이 중요하다. 시민단체들도 같은 이유로 스마트 기술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정 원장은 스마트의 안전성이 기존 원전보다 10배 이상 높다고 강조한다. 그는 “스마트는 대형 원전에 비해 에너지 응축 규모가 작아 기본적으로 위험성이 적은 데다 복잡한 배관 구조를 없애고 한 개의 압력 용기에 발전에 필요한 기능을 모두 넣었다”며 “냉각수가 유실돼 발생할 수 있는 원전의 대표적인 사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외부 전원 공급이 끊겨 사고가 난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 달리 비상시에도 중력을 이용해 냉각수를 공급하는 기술을 적용해 20일 이상 시간을 벌 수 있다”며 “스마트는 경제성, 안전성 측면에서 인류에 가장 적합한 원전 모델”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