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미 성원애드콕제약 회장(56)은 10년 전 큰 결단을 내렸다. 1996년 회사 설립 후 5년 동안 단순히 의약품 수입판매만 해오다 직접 제조에 나서기로 한 것.

당시 국내에서 나오는 암 통증 완화제는 강도가 가장 약한 1단계와 강도가 가장 센 3단계 완화제뿐이었다. 중간단계의 2단계 통증완화제는 전량 해외에서 수입해야 했다. 박 회장은 5년간 다국적 제약업체인 애드콕잉그램으로부터 2단계 약을 수입해오다 2002년 이 회사와 담판을 짓고 제조기술을 이전받았다. 3단계보다 좀 약한 강도의 약도 국산화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곧바로 김포에 공장을 짖고 2003년 6월 국산 첫 2단계 암 통증 완화제 ‘마이폴’을 출시했다. 현재 마이폴은 국내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각종 의료기관에 공급,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엔 처음으로 매출 100억원을 넘겼다. 박 회장은 “암환자에게 치료만큼 중요한 게 통증 완화”라며 “우리 손으로 만든 통증 완화제로 지난 10년간 30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청장 송종호)과 한국여성경제인협회(회장 전수혜)는 1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빌딩에서 ‘제16회 여성경제인의 날’ 행사를 개최하고, 국내 산업발전에 기여한 우수 여성기업인을 포상했다. 박형미 회장이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한 것을 포함해 총 48명의 여성기업인이 산업포장과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표창 등을 받았다.

산업포장을 받은 화장품 제조업체 셀렙의 박순옥 사장(64)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회사를 맡아 14년간 회사를 성장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셀렙은 네슈라화장품으로 유명하다. 박 사장은 홍보나 광고에 집중하는 회장품 기업과 달리 매출의 20~30%를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했다. 그 결과 숯가루로 만든 폼클렌징 화장품과 코팩을 국내 처음으로 개발해 미국과 국내에서 특허를 땄다. 셀렙은 K팝 열풍이 불던 지난해부터 동남아를 포함한 17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90억원.

이날 함께 진행된 여성창업경진대회 시상식에서는 서지선 제이엔터프라이즈 사장이 와인의 산패현상(공기에 장시간 노출했을 때 맛과 색상의 변화가 생기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기능성 마개를 개발한 공로로 대상을 수상했다. 이 마개를 이용하면 마시던 와인을 한 달 넘게 장기보관이 가능하다는 게 제이엔터프라이즈 측 설명이다.

송종호 중소기업청장은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도 꿋꿋이 경제활동을 펼치는 여성경제인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며 신성장 동력으로서 여성기업의 역할을 기대한다”며 “앞으로 여성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