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전 의원, 서울구치소 수감…'현직 대통령 형' 첫 구속, 정치권 수사 탄력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77)이 저축은행에서 억대의 금품을 건네받은 혐의 등으로 10일 밤 구속 수감됐다. 이 전 의원은 ‘현직 대통령’의 친형으로는 최초로 구속되는 오명을 남기게 됐다. 이 전 의원이 구속됨에 따라 대선자금과 정치권 로비의혹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상득, MB 친인척 중 세 번째 구속

이날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박병삼 영장전담 판사는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주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지금까지의 수사 진행상황, 피의자의 지위 및 정치적 영향력에 비춰볼 때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이 전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전 의원은 11일 0시20분께 서울구치소로 수감되기 위해 대검청사를 나서다 “대통령을 위해 돈을 받았느냐”, “국민께 할 말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말했고 다른 질문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이 전 의원은 이에 앞서 10일 오전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으러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다 기다리고 있던 저축은행 피해자들에게 넥타이를 잡히고 날계란을 맞는 등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 중에서는 세 번째 구속이다.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 씨가 국회의원 공천대가 30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고, 김 여사 사촌오빠인 김재홍 씨는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6선 의원 출신으로 현 정권 최고 실세이자 ‘상왕’으로도 통했던 이 전 의원은 2007년 대선 직전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50·구속)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56·구속)에게서 각각 3억여원과 2억여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대선자금(정치자금법상 불법정치자금 수수) 및 은행 퇴출저지 로비청탁(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명목이었다. 또 본인이 대표이사를 지낸 코오롱그룹에서 1억5000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고문료 명목으로 받은 혐의도 있다.

이 전 의원이 임 회장에게서 3억여원을 받을 때 동석해 공범으로 영장에 적시된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 요구서는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정 의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르면 이번 주중에 열릴 예정이다.

정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제 불찰은 임석 회장을 돌려보내지 못하고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에게 소개해준 것으로, 실수를 인정한다”면서도 “대통령 형님의 비리문제를 물타기하는 표적수사”라며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 탄력

검찰은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소환에 대해 “아직 계획이 없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하지만 박 대표의 저축은행 비리연루 의혹에 대해 “풍문이나 첩보 수준이 아니다”고 자신하고 있어 소환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의 정치인 수사가 속전속결로 진행되면서 검찰 주변에서는 “다음은 금융감독당국 차례”라는 말이 나온다. 벌써부터 전직 경제부처 장관의 이름이 거론된다. 검찰 관계자는 “경제부처 전직장관들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을 듣고 있다”며 “구체적 물증이 있는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감독당국 직원들이 검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향응과 접대를 받은 정황들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검찰은 솔로몬 미래 한국 등 영업정지 저축은행들이 검사 무마와 퇴출 저지를 위해 금융감독 당국에 전방위 구명로비를 펼쳤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