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수단이 런던올림픽에서 10-10(금메달 10개 이상, 종합순위 10위권 이내)이라는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습니다.”

한국 체육계의 수장인 박용성 대한체육회장(72)은 “선수들이 즐기면서 땀흘려 노력했고 온국민이 성원해줬으니 런던올림픽에서 감동의 드라마를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선수단의 런던올림픽 결단식이 열린 11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회관에서 박 회장을 만났다.

▷결단식에 나온 선수들이 자신감에 차 있습니다.

“세대가 바뀌어서 그런지 2010년 밴쿠버올림픽부터 선수들의 표정이 밝아졌어요. 예전엔 은메달이나 동메달 따고도 죄인 같이 고개 숙이고 있어서 보기 안 좋았습니다. 이젠 동메달도 시상대에서 당당하게 받더군요. 국가대표 선수들이 스스로 좋아서 운동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힘든 훈련을 견뎌낸 선수들은 결과가 어찌됐든 자기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크게 느끼더군요. 긍정적인 변화죠.”

▷런던올림픽 성적을 어떻게 봅니까.

“10-10은 달성할 수 있습니다. 국제대회 기록과 상대 선수들의 전적을 분석한 뒤 내놓은 목표라 큰 이변이 없는 한 달성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박태환은 자유형 400m에서 최근 2위와 기록을 1초까지 벌렸기 때문에 금메달 1순위입니다. 200m에서도 경쟁자인 마이클 펠프스가 안 나온다고 하니 은메달이라도 딸 것 같아요. 종목별로는 수영 1개, 유도 2개, 태권도 2개, 양궁 2~3개를 비롯해 체조와 펜싱에서 1~2개를 추가하면 10개는 충분합니다. 사격이나 레슬링에서 의외의 메달이 나온다면 최대 12개까지 가능하다고 봐요.”

▷이번 런던올림픽이 한국 선수단에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이번에 내세운 게 ‘프롬 런던 투 런던(From London to London)’입니다. 64년 전인 1948년 정부도 수립되기 전인 7월에 67명이 태극기를 들고 처음 런던올림픽에 갔습니다. 한국에서 기차 배 비행기를 타고 일본 홍콩을 거쳐 20일 걸려서 힘들게 갔습니다. 64년 동안 대한민국이 전쟁도 겪었지만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루면서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게 가장 큰 의미지요. 1948년 런던올림픽에 마라톤 선수로 출전했던 최윤칠 함기용 선생님을 모시고 의미를 되새겨볼 겁니다.”

▷1982년 대한유도회 부회장으로 체육계와 인연을 맺었죠.

“1981년 9월 바덴바덴에서 서울올림픽을 유치했는데 전두환 당시 대통령한테 ‘지금 체육계 인사로는 올림픽 못 치른다. 기업에 한 종목씩 맡겨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정부가 1982년 2월 체육단체 대표들에게 일괄 사표를 받았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레슬링, 정몽구 현대 회장이 양궁, 이명박 당시 현대건설 회장이 수영을 맡았어요. 유도는 배정렬 한양주택 회장이 맡았는데 제 이름을 부회장에 올린 거죠. 당시 경기단체장이 모이면 전경련 회의한다고 할 정도였죠. 배 회장이 1985년에 그만두겠다고 해서 그해부터 제가 회장이 돼서 지금 여기까지 왔습니다.”

▷체육인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대한유도회장이 된 뒤 서울 아시안게임을 치렀는데 유도 금메달 7개 가운데 6개를 따냈습니다. 제가 좀 심하긴 했죠. 하하. 서울올림픽 땐 금메달 2개를 땄는데 김재엽이 추석날 저녁에 일을 낸 겁니다. 추석날 밤에 가족과 함께 모인 국민들을 기쁘게 해준 거죠. 2002년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이 된 뒤 체육인으로서 할 일 다했다고 생각해 2007년 은퇴했는데 평창이 걸리더군요. 동계올림픽에 두 번 도전해서 떨어졌잖아요. 그땐 옆에서 돕는 입장이었는데 2009년엔 순전히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대한체육회장에 나왔습니다. 신청서는 대한체육회장 이름으로 내는 거니까 제가 주역이 돼서 한번 해보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사진이 집무실 앞에 걸려 있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는 가장 잊을 수 없습니다. 작년 7월 당시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1차 투표 결과를 살짝 열어보더니 깜짝 놀라길래 저는 우리가 1차 투표에서 60표 이상 얻었다고 믿었죠. 투표 이틀 전 52~63.5표로 결정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사실 4월부터 우리가 유치에 성공할 거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역투표를 막기 위해 1차에서 한국이 이길 거라는 국제 체육계 인사를 만나면 100유로씩 걸고 내기를 했을 정도로 연막전을 쳤죠. 결과적으로 800유로를 잃었지만 기분 좋은 승리였습니다.”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이 정말 높아졌구나라고 느끼나요.

“올림픽 개최권을 따고 나니 저에 대한 대접이 달라졌어요. 하하. 올림픽 개최국의 위상은 대단합니다. 여름올림픽은 더 존중받습니다. 여름올림픽을 제대로 치를 수 있는 국가는 최대 20개국, 겨울올림픽은 15개국 정도에 불과해요.”

▷앞으로 어떤 변화가 더 필요한가요.

“국제화가 필수적입니다. 스포츠는 이제 국제시합입니다. 국제무대에서 한국인들이 심판이나 단체 임원 등을 맡아야 대한민국 체육이 발전하는 겁니다.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운영위원들도 선수 출신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보다 영어 잘하는 사람을 뽑아다가 경기운영 능력을 가르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