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기준금리 인하 결정은 국내총생산(GDP) 갭을 추산해본 결과 작년 플러스(+)에서 앞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선제적인 통화정책이었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회의 직후 가진 기자설명회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세계경제 성장의 하방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내린 선제적인 결정"이라며 "한번 성장률이 낮아진 다음에는 향후 성장률이 높아지더라도 경제활동 규모가 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금리인하 조치가 정책 기조 변화나 추가적인 인하로 이어질지는 분명하지 않다.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대한 관측을 경계하면서도 대외 여건에 따른 정책 변화 가능성을 차단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금리인하 결정을 놓고 금통위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린 것도 향후 방향성을 짐작하기 어렵게 만드는 대목이다.

김 총재는 금리정상화라는 기존 한은의 통화 정책 기조에 변화가 있느냐는 물음에 "이번 결정은 구조적인 경제 상황보다 경기순환적인 측면에서 정한 것"이라며 "대외적인 여건의 악화에 따라 우리 경제의 성장전망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시도하는 게 맞다고 봤다"고 대답했다. 이어 "방향 전환이라든지 그런 큰 틀로 이해하기보다 대외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했다.

또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도 그는 "추가적인 인하 여력이 있느냐는 것은 여러분의 판단에 달렸다"며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에 대한 여러가지 정책 수단이 있을 수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김 총재는 금리 인하 결정이 경기 부양 효과로 이어질지에는 "양적완화 정책이 실물경제로 가느냐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라며 "실물경제에 플러스 효과를 나타내고 가계부채 문제도 완화할 것이라 기대하고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 확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김 총재의 설명이다.

그는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내리면 가계부채는 3년 평균 0.5%포인트 정도 늘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심층적으로 분석하면 가계부채에는 금리 형태, 성장경로, 저축경로 등 세 가지 변수가 영향을 미친다"며 "금리 경로를 보면 현재 누적된 대출의 95%가 변동금리이기 때문에 금리가 낮아지면 가계부채 부담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은 이자율보다는 주택가격 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부정적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 물가와 관련해서는 김 총재는 "금리 인하 결정이 올해 물가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에는 0.03% 상승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 자체로서는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은 금통위는 국내 경제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부진했다고 진단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국내 경제는 수출과 내수 증가율이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부진했다"며 "고용 면에서는 고령층,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의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국내 경제는 유로지역 리스크 증대, 주요 교역상대국 경제의 부진 등으로 국내총생산(GDP) 갭이 상당기간 마이너스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달 국내 경제가 장기추세 수준의 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에서 상당히 후퇴한 것이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오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3.25%에서 25bp(1bp=0.01%포인트) 낮춘 연 3.00%로 결정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이후 1년1개월 만에 인하됐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