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에 발목 잡힌 조선주(株) 주가를 하반기 수주가 구해줄 수 있을까.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11일까지 현대중공업 주가는 4.68% 떨어져 코스피지수(0.30%) 수익률을 큰 폭으로 하회했다. 삼성중공업(-0.80%), 대우조선해양(-5.12%) 역시 신통찮은 성적을 기록했다.

조선사들의 실적 부진 우려와 함께 주가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2분기 실적 우려와 유럽 재정위기 사태에 따른 업황 불안 등이 이 같은 부진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날 조선주 시가총액 1위인 현대중공업의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을 감안해 목표가를 종전 38만원에서 33만원으로 낮췄다. 올해 전 사업부문에서 부진한 실적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유재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의 2분기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 대비 40.5% 급감한 5767억원을 기록,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하회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현대오일뱅크 수익성 변동에 따른 결과로 장기적으로는 큰영향이 없겠지만 뚜렷한 실적 개선을 하반기까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실적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의 다른 조선사들 역시 실적 감소 기조는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1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2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보다도 16.24% 축소된 수치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3.24%, 43.96%씩 축소된 2602억원, 1726억원으로 집계됐다.

어닝 시즌에 들어서면서 전망치도 추가적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최근 일주길 간 2.41% 감소했고, 이는 한 달 전 대비로는 7.19% 떨어진 규모다. 삼성중공업(-0.16%), 대우조선해양(-0.91%)의 경우 한달 전과 비교해선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3.33%, 1.35%씩 개선세를 보였지만 지난주보다는 0.16%, 0.91%씩 하락해 주춤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실적 감소 기조는 적어도 3분기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최원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계절적 특성상 영업일수가 3분기에 가장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우조선해양은 실적 하락세는 최소 3분기까지 지속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올 2분기 해양특수선 부문은 직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마진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지만 조선 부문의 마진율이 올해까지는 꾸준히 하락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운시장의 구조적인 불황으로 선박금융 대출 조건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며 "최근 유럽계 은행들의 선박금융 대출 중지는 운임 및 용선료 부진으로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있는 중소형 선사들의 리파이낸싱 활동에도 부정적으로 작용, 벌크선, 탱크선, 컨테이너선 시장의 회복을 지연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하반기 수주 전망 등을 고려하면 수주에 따라 투자심리와 주가 흐름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동양증권에 따르면 올 하반기 조선 3사의 수주금액은 각 선사당 40~5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 연구원은 "하반기 수주금액 증가가 현대중공업 주가의 반등 모멘텀을 제공해 줄 것"이라며 "상반기 수주 실적은 100억달러로 목표치의 32.7%에 그쳐 경쟁사 대비 저조했지만 하반기부터 공격적인 수주 경쟁으로 금액이 증가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선 향후 수주 전망과 예상보다 탄탄한 수익성 등을 감안해 삼성중공업의 목표주가를 높였다.

염동은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이 올 2분기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충족시키는 실적을 내놓을 전망이고, 다른 업종들의 실적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는 상황에서 삼성중공업의 견실한 이익모멘텀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목표가를 기존 4만4000원에서 4만5000원으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

다만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세계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재원 동양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수주 규모가 올 상반기와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력이 세지 않을 수 있다"며 "유럽 사태 해결과 유가 반등 등 거시경제 환경 모멘텀이 수주보다 주가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후 2시 현재 현대중공업은 전날보다 3500원(1.38%) 내린 25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중공업(-2.30%), 대우조선해양(-1.35%) 역시 내림세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