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성, 낚시성 기사를 양산한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논란이 돼 온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대한 전망과 과제를 짚어보는 토론회가 열렸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과 한국언론정보학회는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동 세미나를 열고 뉴스캐스트의 현황과 문제점, 개선 방향 등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학계, 언론사,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에서 참여했기 때문에 뉴스캐스트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다만 뉴스캐스트가 현재의 시스템으로 계속된다면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언론사들의 무분별한 기사 경쟁은 계속되고, 이것이 미디어 업계 전체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뉴스캐스트 이용자들, 선정적 뉴스에 대한 불만 높아

사회를 맡은 박용규 상지대 교수는 "학술 토론회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린 것은 처음 봤다" 며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뉴스캐스트가 갖는 역할에 대해 사회의 관심이 얼마나 큰 지를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발제자로 나선 이동훈 배재대 교수는 "뉴스캐스트는 지난 3년 여간 양적 혁신에 그치고 말았다" 며 "뉴스캐스트 옴부즈맨 까페에 들어가면 이용자들의 요구 대부분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뉴스에 대한 개선"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이용자들의 뉴스 매체 자체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경쟁력 약화라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이 교수는 주장했다.

패널로 참석한 서정아 머니투데이 본부장은 좀 더 강한 어조로 뉴스캐스트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서 본부장은 "뉴스캐스트가 생긴 이후로 언론사와 네이버 모두에서 굉장한 시간과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며 "뉴스캐스트 편집과 실시간 검색어에 대응하기위해 하루 종일 에너지를 쏟아야만 한다. 실시간 검색어 등이 과연 존재해야만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또 "기사와 다소 동떨어진 사진 등을 올릴때에는 네이버에서 바로 제재 전화가 걸려온다"며 "네이버가 언론사 편집국 위의또 다른 편집국이 되면서 2중 3중의 감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이런 구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하지만, 회사 매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아무도 이를 깰 수 없다"고 덧붙였다.

소셜음악전문업체인 뮤즈어라이브의 이성규 대표는 네이버 측에 뉴스운영 철학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09년 메이저 언론들이 검색업체인 구글을 향해 "신문의 피를 빨아먹는 뱀파이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당시 에릭 슈미트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구글은 저널리즘을 도와야 할 도덕적 책임이 있다"며 "저널리즘이 민주주의에 기여한다는 걸 알기 때문은 언론사를 돕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네이버 역시 뉴스캐스트로 비롯된 황폐화된 저널리즘에 대한 책무가 있다"며 "저널리즘의 미래를 같이 그려가기 위해서는 그들의 운영 철학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예 뉴스 도배…정치, 경제 기사들은 사라지고 없어

이정환 미디어 오늘 편집국장은 "뉴스캐스트의 선정성, 가십성 기사도 문제지만 진짜 중요한 뉴스가 사라지고 은폐되고 있다는 것이 더 문제"라고 주장했다. 뉴스캐스트에서 소비되는 뉴스는 사회, 스포츠, 연예가 대부분이고 정말 중요한 정치, 경제 기사들은 사라지고 없다는 것.

이 국장은 다만 "네이버라는 하나의 포털이 절대적인 독과점을 구성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뉴스캐스트가 그나마 최선의 선택"이라며 "선정성 경쟁을 지양하는 쪽으로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엄호동 파이낸셜뉴스 온라인국장은 "뉴스캐스트 문제에 일정 부분 동의는 한다"면서도 "발행부수가 적은 소위 마이너 언론들도 뉴스캐스트로 인해 존재를 알리고, 기사를 내보내는 순기능도 무시할 순 없다"고 평가했다.

다양한 의견에 대해 윤영찬 네이버 이사는 "이미 마련된 뉴스캐스트 생태계 자체를 우리 마음대로 없애거나 고칠 수는 없다"며 "그러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는 내부에서도 동의한다"고 밝혔다.

윤 이사는 "향후 개선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언론사, 사용자와 보다 밀착해 의견을 다양하게 듣겠다"며 "다만 가장 고민은 언론사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어떻게 절충할 지"라고 말했다.

2009년 1월 시작된 뉴스캐스트는 네이버 메인 화면에 각 언론사별로 노출되는 뉴스 박스를 말한다. 현재 뉴스캐스트와 정식제휴를 맺은 언론사는 96개사, 뉴스검색제휴 언론사는 168개에 달한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