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가 "통신사들의 망은 공공재 성격"이라며 "그들이 깔아놓은 망을 이용해 누구나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가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무료 통화인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에 대해 통신사들이 '망 무임승차'라고 주장하며 제한적 허용을 하는 것에 대한 반박이다.

이 대표는 12일 대통령 직속기관인 미래기획위원회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통신망 대전쟁, 해법과 미래는?"이라는 토론회에 참석해 "망 사용에 차별을 두면 안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 대표와 박준호 삼성전자 DMC연구소 전무 등 콘텐츠 제공업계 관계자를 비롯해 통신업계와 학계 관계자가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 카카오 "통신사 망 이용해 누구나 사업할 수 있어"

이 대표는 사회자로 나선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의 '식당을 차렸는데 손님들이 외부에서 음식을 갖고 들어와 먹는다'는 발언에 대해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적절한 비유가 아닌 것 같다"며 "망사업은 식당이 아니다. 이제는 통신사들이 깔아놓은 망을 이용해 누구나 콘텐츠 사업을 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이 열렸다. 공공재 성격이 있는 망을 통신사가 차단해선 안된다"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카카오의 mVoIP 서비스인 보이스톡은 통신사를 따라 잡자고 내놓은게 아니다"며 "써본 사람은 알겠지만 도저히 통신사의 음성통화 서비스를 대체할 수 없다. 채팅을 하다 잠깐 상대방과 통화를 하고 싶은 경우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통사 "통신망 지속성 위해 데이터 중심 요금 개편 절실"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망을 통한 서비스 이용에 차별을 받아선 안된다는 망중립성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콘텐츠 사용의 기반이 되는 통신망의 지속성을 위해 요금 개편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정태철 SK텔레콤 CR전략실 전무는 "정보기술(IT) 혁신을 촉진하고 이용자 편의를 증진한다는 면에서 망중립성의 가치는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지속적인 망 투자와 IT 생태계의 공존을 위해 전세계에서 유례없이 낮게 책정된 통신사의 데이터 요금을 변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희수 KT 경제경영연구소 상무는 "갑작스런 요금제 변경은 어렵겠지만 소비자들이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일정 보호 장치를 마련한 뒤에 데이터 중심의 요금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00년까지 통신망 구축에 있어 한국은 정부와 이통사, 소비자 간 선순환 구조를 이루며 OECD 국가 중 가장 활발히 망 투자를 진행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콘텐츠 서비스 위주로 경쟁체제가 바뀌고 통신사들의 수익이 감소하면서 망 투자가 감소했다.

곽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통신사의 요금제 개편이 급선무"라며 "정부가 급변하는 IT업계의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법이나 제도 마련에 협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경닷컴 김소정 기자 sojung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