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늪 빠진 가구업계, 해외서 돌파구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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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새 100개 문닫아
미국·중동 등 새 시장 개척…건설사와 동반 진출 검토
미국·중동 등 새 시장 개척…건설사와 동반 진출 검토
국내 가구업체들이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방가구 강자인 에넥스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추진 소식에 업계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지 않는 한 워크아웃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기업이 줄을 이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구업체들은 국내 시장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각종 할인 행사와 신제품 출시를 서두르는 한편 중동 미국 일본 등 해외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
12일 한국가구산업협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구시장은 정점을 찍었던 2008년 9조94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8조2000억원으로 3년 만에 1조7400억원(17.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업체 수 역시 이 기간 1307개에서 1200개로 100개 이상 정리됐다.
협회 관계자는 “그나마 100대 기업에 속하는 업체들은 그런대로 버틸 여력이 있지만 영세 기업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문을 닫고 있다”면서 “시장 통계를 내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협회는 연말까지 시장 규모와 업체 수가 지난해 말 대비 최소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는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해외시장 진출. 아파트 등에 들어가는 특판 매출이 큰 기업들이 주로 이쪽으로 영업 방향을 틀고 있다. 경규한 리바트 사장은 “국내 특판 시장은 앞으로 2~3년 수요는 있겠지만 더 크지는 못할 것”이라며 “현재 7% 수준인 해외 매출 비중을 2015년까지 30%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리바트는 이를 위해 특판 부문 인력을 중동과 미국 등 해외사업 부문으로 돌리고 있다.
특판 매출 비중이 큰 주방가구업체 넵스 역시 중동 진출을 준비 중이다. 정해상 넵스 사장은 “재건 프로그램을 짜고 있는 리비아 등 중동 지역 진출을 추진 중”이라며 “건설사와 동반 진출하거나 지역별 단독 진출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최근 아랍어 등으로 제작한 홍보 자료를 관련 업체에 배포했다.
사무가구 1위 업체인 퍼시스(사장 이종태)도 최근 일본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현지 3대 사무가구업체인 우치다요코 매장에서 자사 브랜드로 판매하는 형태다. 이 회사는 앞서 2010년 5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관계사인 시디즈를 통해 중국에도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가구 신제품 출시와 할인 행사도 줄을 잇고 있다. 리바트는 최근 20개의 신제품을 한꺼번에 출시했고, 에몬스와 넵스도 1주일 간격으로 새 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반값 행사는 보르네오가구가 시작했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나눔명작소파’와 ‘명작침대’ 등 두 종을 기존 가격의 절반 수준에 출시했다. 뒤를 이어 에몬스가구가 일부 제품을 50% 가깝게 할인했고, 장인가구도 지난달 온라인을 통해 제품을 절반 값에 파는 행사를 벌였다.
협회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생존이 곧 비전’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며 “자립이 힘든 기업들에 대한 인수·합병(M&A)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