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2위 자동차업체 PSA푸조시트로앵의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푸조와 프랑스 정부가 갈등을 겪고 있다. 푸조가 공장 폐쇄와 1만여명 규모의 감원 계획을 발표하자 공적자금을 투입한 정부가 즉각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업들의 공장 폐쇄와 감원을 줄이는 법안을 추진 중인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와 기업 간 갈등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푸조는 39년 동안 가동해온 프랑스 오네 공장을 폐쇄하고 렌 공장의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다고 12일 발표했다. 또 9600여명을 감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종전 발표한 감원 규모(6000명)보다 60% 늘어난 것이다.

푸조가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유럽 경기침체로 판매량이 5년째 줄어드는 등 경영난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푸조의 지난해 순이익은 5억8800만유로로 2010년보다 48.1% 감소했다. 자동차 부문에서만 9200만유로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들어 경영난은 더욱 악화됐다. 상반기 자동차 부문 영업적자 규모는 7억유로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판매량은 162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 줄었다. 공장 가동률도 86%에서 76%로 떨어졌다. 주가는 지난해 73% 추락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32% 추가 하락했다.

필리프 바랭 푸조 최고경영자(CEO)는 “유럽 경제위기와 향후 시장 전망 등을 감안해 생산량 감축과 조직 재정비 등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푸조는 최근까지 10억유로(약 1조4000억원)의 비용 절감안을 세워 추진해왔다. 지난 4월 파리 중심에 있는 본사 빌딩도 팔았다.

푸조의 감원 계획에 대해 프랑스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마리솔 투렌 보건복지부 장관은 “우리는 푸조의 감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난 몇 년간 푸조에 지원한 40억유로는 대가 없는 돈이 아니다”고 말했다. 공적자금 지원 조건으로 제시했던 감원과 공장 해외 이전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라는 압박이다.

장 마크로 아이로 총리도 “푸조의 구조조정 계획 발표는 엄청난 충격”이라며 “회사 측이 노조와 함께 다른 대안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조만간 전문가를 파견, 푸조의 경영전략을 점검한 뒤 이달 말쯤 회사 측과 논의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재정위기 여파로 판매량이 줄면서 유럽 자동차업계는 몸살을 앓고 있다. 푸조뿐만 아니라 프랑스 자동차업체 르노와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도 올해 자동차 판매량 감소폭이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까지 유럽에서 새로 등록된 자동차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8.4% 줄었다.

전설리/고은이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