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상생 교조주의'에 빠진 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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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부산/지식사회부 기자 hyun@hankyung.com
“정부의 우려와 달리 오히려 영세상인이 대형마트 영업시간 연장을 원하는데, 부산시가 안된다니 이해할 수 없습니다.”(부산 명륜상가 상인)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에 어긋나 예외를 둘 수 없습니다.”(부산시 관계자)
12일 메가마트 부산 동래점 인근 명륜1번가 상가에는 ‘명륜1번가 500개 업소는 부산시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기초 단체 말살하는 부산시장 각성하라’ 등의 대형 현수막 수십 개가 내걸렸다.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 의무휴일제도와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풀어달라는 이 지역 중소상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명륜1번가는 메가마트가 입점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산한 골목 상권에 불과했다. 그랬던 상권이 메가마트 입점 후 우려와 달리 번창하고 있다. 수백 개 식당과 상가에 손님이 몰리며 새벽까지 불야성을 이루는 핵심상권으로 탈바꿈했다. 대형마트에 손님을 빼앗겨 생존권을 위협받을 것이라던 ‘탁상행정’ 전망이 빗나간 것이다.
명륜1번가 상인들은 전국적으로 ‘마트 영업시간 제한’이 본격화된 지난 2월부터 “지역 특성상 메가마트가 새벽까지 영업해야 주변상가도 장사가 된다”며 대형마트와 시장상인 대표들이 회의를 열어 메가마트 영업시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수렴했다.
관할 지자체인 동래구청도 상인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구 조례에 ‘구청장이 지역 특성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영업제한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넣었고, 동래구 의회는 지난 6일 본회의를 열어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오전 3시까지 세 시간 연장한다는 내용으로 구청장 고시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부산시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에 어긋나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와 부산시가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나선 것은 지역 중소상인과 재래시장 보호라는 명분에서다. 하지만 정작 명륜1번가 상인들은 정부와 부산시 ‘보호’를 거부하고 있다. 우려와 달리 대형마트 개장이 오히려 공생의 사례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부산시는 이날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참석,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시간 규제에 대해 “최선인지 의문이 든다”고 밝힌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의 말 뜻을 되새겨 봐야 하지 않을까.
김태현 부산/지식사회부 기자 hyun@hankyung.com
12일 메가마트 부산 동래점 인근 명륜1번가 상가에는 ‘명륜1번가 500개 업소는 부산시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기초 단체 말살하는 부산시장 각성하라’ 등의 대형 현수막 수십 개가 내걸렸다.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 의무휴일제도와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풀어달라는 이 지역 중소상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명륜1번가는 메가마트가 입점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산한 골목 상권에 불과했다. 그랬던 상권이 메가마트 입점 후 우려와 달리 번창하고 있다. 수백 개 식당과 상가에 손님이 몰리며 새벽까지 불야성을 이루는 핵심상권으로 탈바꿈했다. 대형마트에 손님을 빼앗겨 생존권을 위협받을 것이라던 ‘탁상행정’ 전망이 빗나간 것이다.
명륜1번가 상인들은 전국적으로 ‘마트 영업시간 제한’이 본격화된 지난 2월부터 “지역 특성상 메가마트가 새벽까지 영업해야 주변상가도 장사가 된다”며 대형마트와 시장상인 대표들이 회의를 열어 메가마트 영업시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수렴했다.
관할 지자체인 동래구청도 상인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구 조례에 ‘구청장이 지역 특성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영업제한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넣었고, 동래구 의회는 지난 6일 본회의를 열어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오전 3시까지 세 시간 연장한다는 내용으로 구청장 고시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부산시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에 어긋나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와 부산시가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나선 것은 지역 중소상인과 재래시장 보호라는 명분에서다. 하지만 정작 명륜1번가 상인들은 정부와 부산시 ‘보호’를 거부하고 있다. 우려와 달리 대형마트 개장이 오히려 공생의 사례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부산시는 이날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참석,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시간 규제에 대해 “최선인지 의문이 든다”고 밝힌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의 말 뜻을 되새겨 봐야 하지 않을까.
김태현 부산/지식사회부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