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은 아들에게 613통, 손자에게 125통의 편지를 써서 글을 가르쳤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아들과 손자 모두 번번이 과거에서 낙방한 것. 역사에 남은 대학자마저 자식 교육만큼은 뜻대로 해낼 수가 없었다. 소설가 조정래 씨도 사람의 일생에서 세 가지를 뜻대로 이루기 어렵다고 했다. 자식과 명리(명예와 재력), 수명이다. 16년간 신문기자 생활을 한 뒤 자녀경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최효찬 씨가 자녀를 인재로 키운 가문 11군데의 진솔한 이야기 《현대 명문가의 자녀교육》을 펴냈다. 그는 재력과 권력만 지닌 것이 아니라 사회적 소통과 따뜻한 공감을 할 줄 아는 ‘진짜 명문가’의 자녀교육법을 풀어놓는다.

700년이 넘는 케임브리지대 역사상 최초의 형제교수는 장하준 장하석 씨다. 두 교수의 아버지 장재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자녀들에게 평생 밑줄치며 공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자가 장 전 장관의 부인 최우숙 씨에게 자녀교육의 비결을 묻자 “늘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이들은 자녀에게 항상 ‘나를 위해 50, 국가와 인류를 위해 50을 쓰라’고 가르쳤다.

송영길 인천시장을 비롯해 5남매 중 네 명이 고시에 합격한 집안도 소개한다. 이들 남매의 아버지는 전남 고흥에서 평생 면사무소 공무원으로 일한 송병수 옹.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그는 면 서기를 하면서도 휴일이면 농사를 지었고, 퇴근 후에는 늘 책을 가까이 했다.

5남매 중 장남인 송하성 씨의 차남 교육법도 눈에 띈다. 공부에 통 관심이 없던 차남 요한 씨는 고3 때 아버지에게 “장사꾼이 되고 싶다”고 털어놨다. 아버지는 아이의 꿈을 인정하기로 하고 “이왕이면 세계적인 기업가가 돼라”며 격려했다. 자신의 휴대폰 번호 끝자리를 아들의 생일로 바꾸고, 주변사람들에게는 ‘요한이 아빠’로 불러달라고 당부했다. 아들의 ‘인정 욕구’를 충족해주기 위해서였다. 목표의식이 생기자 요한씨는 공부에 몰입했고 연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