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소비는 섹스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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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본능 / 개드 사드 지음 / 김태훈 옮김 / 더난출판 / 408쪽 / 2만2000원
공작의 꼬리와 페라리, 포르쉐, 애스턴마틴 같은 고급차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공작의 꼬리는 부담스러울 만큼 커서 천적에게 희생당할 위험이 높다. 하지만 이 화려한 꼬리는 공작의 지위와 성적인 능력을 표현한다. “나는 건강한 공작이야”라고 드러내놓고 말하는 것과 같다. 남자들은 기능적 필요에서라기보다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기 위해 비싼 차를 탄다. 공작의 꼬리와 고급차는 자기 과시를 통해 우위를 점하려는 직설적 표현인 것.
《소비 본능》의 저자는 소비를 진화론적 시각으로 파헤친다. 진화심리학이란 새로운 학문을 통해 우리가 먹는 음식부터 주위사람에게 주는 선물, 짝짓기 시장에서 매력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제품까지 소비자로서 살아가는 일상적인 삶과 생리적 유산 사이의 연관성을 밝힌다.
저자는 햄버거, 페라리, 포르노, 선물 속에 ‘소비DNA’가 숨겨져 있다고 설명한다. 고칼로리 음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생존에 대한 본능 때문이다. 번식에 대한 본능이 상품을 성적 신호로 이용하게 만든다.
이 책에 따르면 여성들이 하이힐에 열광하는 이유도 진화론적 번식 본능에 기인한다. 하이힐을 신으면 둔부가 약 20도에서 30도 위로 올라간다. 중력의 영향을 되돌려서 몸이 탄력 있고 젊게 보이도록 돕는다. 짝짓기할 준비가 된 포유동물이 취하는 자세와 비슷하기 때문에 남성에게 매력적으로 비친다는 설명이다.
소비자들은 충동구매, 섭식 장애, 과도한 일광욕, 포르노 중독, 도박 중독, 죽음을 무릅쓴 신체적 위험 감수를 비롯한 수많은 자해적 현상에 취약하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소비자의 비합리성이 지식 부족이나 미디어 등에 의한 해로운 정보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런 소비자의 비합리적 행동은 ‘계산된 위험’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포르노는 시각적 이미지에 흥분하는 남성의 성적 특성에 최적화된 상품”이며 “도박은 위험을 감수하며 경쟁에서 이기려는 수컷의 생존 전략과 연결된다”고 설명한다.
소비자는 모든 마케팅의 중심에 있다. 저자는 “마케팅의 많은 부분이 생물학과 진화론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 행동에 대해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했다”고 전한다. 소비 행동을 일으키는 생리적 힘을 이해하는 일이 소비자의 욕구를 더 잘 충족시키는 제품을 개발하는 능력을 높여준다는 것. 또 진화에 의한 자연 선택 자체가 가장 뛰어난 제품 기획자라고 말한다. 개의 코는 인간이 만든 어떤 기계보다 더 정교하게 냄새를 분간한다.
저자는 키, 손가락 길이, 성호르몬 등과 같은 진화의 중요한 단서들로 비즈니스 세계를 설명한다. 월스트리트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넘치는 곳이다. 연구에 따르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트레이더가 수익률도 높았다. 손가락 길이 비율이 남성적일수록 금융계에 오래 남고 더 나은 실적을 올렸다.
남성호르몬은 혁신을 이끄는 엔진으로 작용했지만,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내분비적 원동력을 제공하기도 했다. 엔론, 월드콤, 베어링은행 등 지난 20년간 터진 기업 스캔들을 일으킨 사람들은 거의 언제나 남성이었다. 테스토스테론은 더 큰 위험을 감수하게 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일으킨다. 도덕적 법적 위험을 감수한 이런 스캔들을 저지른 사람들이 거의 남성들이었다.
저자는 ‘예쁘고 잘생기면 돈도 잘 번다’ ‘미국 대선에서는 거의 언제나 키가 더 큰 후보가 승리했다’ ‘여성은 배란기에 섹시해진다’ 등의 사례를 들며 신체적 특징의 힘도 증명한다. 진화론은 신체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소비본능시대에 따라 잊혀져가던 다윈의 진화론도 진화했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소비 본능》의 저자는 소비를 진화론적 시각으로 파헤친다. 진화심리학이란 새로운 학문을 통해 우리가 먹는 음식부터 주위사람에게 주는 선물, 짝짓기 시장에서 매력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제품까지 소비자로서 살아가는 일상적인 삶과 생리적 유산 사이의 연관성을 밝힌다.
저자는 햄버거, 페라리, 포르노, 선물 속에 ‘소비DNA’가 숨겨져 있다고 설명한다. 고칼로리 음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생존에 대한 본능 때문이다. 번식에 대한 본능이 상품을 성적 신호로 이용하게 만든다.
이 책에 따르면 여성들이 하이힐에 열광하는 이유도 진화론적 번식 본능에 기인한다. 하이힐을 신으면 둔부가 약 20도에서 30도 위로 올라간다. 중력의 영향을 되돌려서 몸이 탄력 있고 젊게 보이도록 돕는다. 짝짓기할 준비가 된 포유동물이 취하는 자세와 비슷하기 때문에 남성에게 매력적으로 비친다는 설명이다.
소비자들은 충동구매, 섭식 장애, 과도한 일광욕, 포르노 중독, 도박 중독, 죽음을 무릅쓴 신체적 위험 감수를 비롯한 수많은 자해적 현상에 취약하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소비자의 비합리성이 지식 부족이나 미디어 등에 의한 해로운 정보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런 소비자의 비합리적 행동은 ‘계산된 위험’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포르노는 시각적 이미지에 흥분하는 남성의 성적 특성에 최적화된 상품”이며 “도박은 위험을 감수하며 경쟁에서 이기려는 수컷의 생존 전략과 연결된다”고 설명한다.
소비자는 모든 마케팅의 중심에 있다. 저자는 “마케팅의 많은 부분이 생물학과 진화론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 행동에 대해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했다”고 전한다. 소비 행동을 일으키는 생리적 힘을 이해하는 일이 소비자의 욕구를 더 잘 충족시키는 제품을 개발하는 능력을 높여준다는 것. 또 진화에 의한 자연 선택 자체가 가장 뛰어난 제품 기획자라고 말한다. 개의 코는 인간이 만든 어떤 기계보다 더 정교하게 냄새를 분간한다.
저자는 키, 손가락 길이, 성호르몬 등과 같은 진화의 중요한 단서들로 비즈니스 세계를 설명한다. 월스트리트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넘치는 곳이다. 연구에 따르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트레이더가 수익률도 높았다. 손가락 길이 비율이 남성적일수록 금융계에 오래 남고 더 나은 실적을 올렸다.
남성호르몬은 혁신을 이끄는 엔진으로 작용했지만,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내분비적 원동력을 제공하기도 했다. 엔론, 월드콤, 베어링은행 등 지난 20년간 터진 기업 스캔들을 일으킨 사람들은 거의 언제나 남성이었다. 테스토스테론은 더 큰 위험을 감수하게 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일으킨다. 도덕적 법적 위험을 감수한 이런 스캔들을 저지른 사람들이 거의 남성들이었다.
저자는 ‘예쁘고 잘생기면 돈도 잘 번다’ ‘미국 대선에서는 거의 언제나 키가 더 큰 후보가 승리했다’ ‘여성은 배란기에 섹시해진다’ 등의 사례를 들며 신체적 특징의 힘도 증명한다. 진화론은 신체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소비본능시대에 따라 잊혀져가던 다윈의 진화론도 진화했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