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통상 증시에 호재로 여겨진다. 금리가 낮아지면 예금 등 안전자산에 고여 있던 자금이 증시로 흘러들어와 수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전망이 어둡고 투자자들의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선 다를 수 있다. 중앙은행이 경기둔화를 공식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증시에 악재로 작용한다. 한국은행이 12일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00%로 인하하자 코스피지수가 큰 폭의 조정을 받은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가 몇 차례 더 단행돼야 주식 투자자들이 ‘경기둔화를 막으려는 정책 대응이 본격화되는구나’라고 인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조정 빌미 된 금리 인하

이날 장 시작 후 전일 종가(1826.39) 수준에서 오르내리던 코스피지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발표된 직후인 오전 10시부터 하향세로 돌아서 이후 꾸준히 낙폭을 키웠다. 금리 인하 후 증시가 약세로 돌아서자 프로그램 매매도 영향을 받았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를 내렸는데도 시장이 조정을 받자 외국인들이 대규모 선물 매도에 나섰다”며 “이 영향으로 장 막판 10분 동안에만 3350억원가량의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하락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41.00포인트(2.24%) 내린 1785.39로 장을 마쳤다.

김영호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는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를 중앙은행이 공식 인정했다’는 해석과 ‘경기부양으로 증시가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해석이 모두 가능하다”며 “요즘 같은 경기위축기에는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증시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 중국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후 코스피지수가 17.29포인트(0.92%) 하락하는 등 글로벌 증시가 대거 조정받은 게 단적인 사례다.

다만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선다면 상황이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박건영 브레인투자자문 대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한두 차례 더 단행한다면 경기둔화를 막기 위한 정책 대응이 본격화되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보험 ‘흐림’, 건설·증권 ‘맑음’

금리 인하 효과는 업종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보험이다. 금리 인하로 인해 자산운용으로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의 2011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 운용자산 이익률은 전 회계연도에 비해 1%포인트 안팎씩 떨어져 5% 중반대에 머물고 있다. 이날 증시에서 보험업종은 2.92% 하락해 운수창고업종(-3.36%) 다음으로 하락폭이 컸다.

증권과 건설업종은 이날 각각 1.23%와 1.28% 하락했지만 금리인하가 투자심리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종은 차입비용이 줄어들고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로 인해 주택 구입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종은 보유 중인 채권의 평가손실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게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증권업계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머니마켓랩(MMW)과 같은 단기 금융상품에 적용되는 금리를 기준금리와 같은 폭(0.25%포인트)만큼 내리기로 방침을 정하고 조만간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증권사들의 CMA금리는 연 3% 중반대에 형성돼 있다.

한편 13일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발표되는 것을 비롯해 오는 16일 미국의 6월 소매판매 지표가 발표되는 등 G2(미국·중국)의 경기둔화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각종 지표들이 잇따라 나올 예정이다.

송종현/김동윤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