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환경회의 20주년을 맞아 ‘리우+20’ 정상회의가 지난달 열렸다. 감회가 새롭다. 20년 전 경제기획원 사무관 시절, 기후변화 협정이 잘 알려지지도 않았던 때에 개도국 지위를 얻어내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돌이켜 보건대 당시 협상에서 열변을 토했던 국가 중에서 지속성장을 이룩한 나라는 우리나라와 중국밖에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성장뿐만 아니라 환경보전도 세계 최고의 수준을 이뤄냈다. 환경을 중시하는 정부정책과 환경단체들의 적극적인 역할, 그리고 국민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이끌어낸 결과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가 리우+20 회의의 공동의장국이 된 것도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녹색은 빠질 수 없는 화두다. 얼핏 보면 국방과 녹색은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국방을 전쟁이 아니라 평화유지 수단으로 파악하면 쉽게 이해된다. 리우원칙 24조는 ‘전쟁은 본질적으로 지속가능한 개발을 파괴’하며, 25조는 ‘평화유지와 환경보호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실제 정책운영에 있어서도 환경보호와 양립하도록 친환경 화약 개발, 폐탄약 재활용,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무기체계 개발 등 국방녹색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 눈에 띄는 보고서 하나가 올라왔다. 전투복을 만들 때 약 12%의 원단 쪼가리가 발생하는데, 이를 시멘트 소성로 연료로 사용하자는 내용이다. 기대효과도 구체적이다. 지금까지 봉제업체는 원단 쪼가리를 처리하는 데 연간 약 2900만원의 폐기물 처리비용을 부담했는데 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시멘트 회사는 약 7만1000ℓ의 원유를 대체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연간 약 200의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폐기물관리법이 바뀌면서 가능하게 되었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아직 그 직원과 대화를 나눠보진 못했지만 분명히 평소에 이 문제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아이디어가 나왔을 것이다. 폐기물 처리비용만으로 보면 미미한 액수지만,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7만여의 기름을 절약한다는 것은 아주 큰 의미가 있다. 또한 공공기관이 업무처리 과정에서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꿈만 같았다. 리우회의 이후 필자는 탄소배출과 경제성장 간의 관계에 대해 논문을 쓸 정도로 관심이 컸는데, 이번에 우리 직원의 작은 실천 앞에서는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환경보전을 위해 정부는 저탄소고효율의 녹색기술을 개발하고, 다양한 규제 시스템을 작동시키고 있다. 이런 정부 차원의 대책만으로 필요하고도 충분하게 환경보전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리우회의의 결정문서인 아젠다 21에서 강조하듯이 시민들의 환경보전 의식을 높이고 실제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주변을 관심 있게 돌아보고, 조그맣더라도 실천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노대래 < 방위사업청장 dlnoh@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