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업을 하루 앞둔 12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현대차 노조가 4년 만에 파업을 결의하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대다수 일반 조합원은 파업에 대해 언급을 일절 꺼리는 분위기였다.

온건 성향의 한 조합원은 “파업찬반투표 결과, 재적자 대비 71%의 높은 찬성률로 가결됐다는 것은 일반 조합원들 사이에 아직도 ‘파업하면 얻을 게 더 많다’는 과거 묻지마식 파업의 관성이 남아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작년까지 3년간 노사평화를 이룬 덕분에 ‘일자리 세습안’으로 비판받는 장기근속 자녀 우선채용권도 확보했고, 평균 연봉이 8000여만원 이상 되는데 파업까지 벌이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도 상당 부분 남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정 대리전 희생양 논란

현대차가 파업모드로 역주행하면서 또다시 과거 노-정 대리전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조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정치파업에 노-정 대리전의 선봉대 역할을 자처하면서 현대차는 해마다 묻지마 줄파업의 희생양이 됐다”며 “지난 3년간 사라졌던 상급단체 파업 참여가 자칫 과거와 같은 극한 노사갈등으로 이어지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는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중도실리노선의 현장조직인 현장혁신연대는 ‘7월13일 총파업, 현차지부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유인물을 통해 “결국 이번 총파업은 금속노조의 정치적 명분만 제공할 것이 명확하다”며 “실익 없는 묻지마 선봉투쟁은 더 이상 현장이 납득할 수 없음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노조집행부는 반파업 여론이 확산될 것에 대비해 노조 게시판을 폐쇄했다. 하지만 반파업 여론은 현장조직 게시판과 다음 네이버 등 일반 포털 사이트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한 조합원은 다음 게시판에 “자신의 잇속만 채우는 파업 또 하세요. 그럼 현대차 절대 안 산다”는 글을 남겼고, ID ‘올리버’라는 조합원은 현장조직인 전현노 게시판에서 ‘우리가 봉인가’ 글을 통해 “우리가 선봉에 서서 이용만 당하다가 버림받는 신세가 될 것이 뻔하다”고 지적했다.

○시민들도 ‘파업 철회하라’

울산지역 10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행복도시 울산만들기 범시민추진협의회는 이날 현대차 노조의 파업참여 철회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행울협은 호소문에서 “현대차 노사가 파국으로 치닫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전국 4300여개 협력업체의 경영난 가중과 154만여명에 이르는 직간접적인 종사자의 생계는 물론 금융, 서비스, 유통 등 산업 전반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자동차 산업이 호황인 만큼 노조 차원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파업을 강행하는 것이지만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준모 교수는 “기업 단위의 문제는 기업 노사가 스스로 풀어가도록 해야 한다”며 “산별노조, 정치권과 연결되면 외부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정치적 노사관계로 변질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최진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