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감소가 심각한 수준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6월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에 비해 7.4%, 백화점은 1.2% 줄어들었다. 두 업계의 매출이 동반 감소한 것은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다. 유럽발 위기가 수출 감소에 이어 이제는 내수 위축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비 위축과 관련,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최근에는 부자들까지도 지갑을 닫고 있다는 점이다. 올 들어 5월까지 백화점 명품매장의 매출 증가율은 신세계가 지난해 25.0%에서 올해 13.1%로 떨어졌고 현대백화점은 10.3%로 두 자릿수 신장률에 겨우 턱걸이했다. 롯데백화점은 8%대로 지난해 21%에 비해 성장세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명품매장을 찾는 내장객 수도 예년의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고 한다. 평소 할인행사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백화점 명품매장들이 대거 세일에 나서고 있는 정도다.

아무리 경기가 나쁘다지만 부자들조차 씀씀이를 크게 줄였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부자들의 소비는 통상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이들마저 소비에 소극적이라는 것은 경기 전망을 비관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는 방증으로 봐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만 내수 위축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 위기 여파로 대다수 나라들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경제 외적 요인까지 가세해 소비심리를 더욱 꽁꽁 얼어붙게 한다는 데 있다.

정부의 동반성장 공생발전 정책과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경제민주화 요구와 부자증세 구호들은 당연히 장래의 경기전망을 부정적으로 만들고 당장의 소비를 위축시킨다. 정치구호들은 일견 서민과 중소기업을 살리자는 외양을 갖고 있으나 결국은 시장경제 원리를 부정하고 투자와 소비를 죄악시하는 사회주의적 구호일 뿐이다.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 놓고도 투자할 생각을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출자총액을 규제하면 당연히 투자는 줄어든다. 정당들은 대선 승리만 보장된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고 싶을지 모른다. 하지만 시장은 벌써 비명을 지르고 경제엔 암세포가 이미 전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