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41개월 만에 단행한 기준금리 인하는 우리 경제에 ‘양날의 칼’이다. 예상보다 가파르게 진행되는 국내 경기 하강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그동안 ‘금리 정상화(금리 인상)’를 강조하던 한은이 아무 예고없이 금리 인하로 돌아서면서 그만큼 국내 경기가 나쁘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점은 부정적이다. 통화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훼손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900조원을 웃도는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소비·투자 촉진할까

한은은 12일 기준금리 인하가 최근 전 세계적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동반 침체 위험을 겪고 있는 국내 경기를 떠받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금리 인하로 국내 경제성장률은 올해 0.02%포인트, 내년에 0.09%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경제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오석태 한국SC은행 상무는 “우리 경제가 유동성 함정에 빠진 건 아니어서 금리 인하 무용론을 제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성 함정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경기 부양에 도움이 안 되는 상태인데, 한국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절대적인 금리 수준 자체가 낮은 상황이어서 한은의 전망대로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가계부채 더 늘 수도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날 수 있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73%를 넘는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 향후 3년간 연평균 0.5% 정도 가계부채가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1분기 말 가계부채 규모 911조원을 감안하면 연간 4조5000억원가량 불어나는 셈이다. 김 총재는 “주택담보대출의 95%가 변동금리 대출이어서 가계의 (이자)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계 대출 증가 우려에 대해서는 “가계대출은 이자율보다는 주택가격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를 감안하면 가계부채 증가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시장은 경기 악화 ‘쇼크’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채권시장은 또다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22%포인트 급락한 2.97%에 마감했다. 하향 조정된 기준금리(3.00%)보다 더 떨어진 것이다. 지난 6일부터 5일째 장단기금리 역전이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경기 둔화로 인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시장이 이를 선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6월 1.3%(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로 돌아선 수출은 중국 미국 등 경기 둔화로 재차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6월 산업활동동향에서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 모두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것.

한편 시중은행들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예금 및 대출금리를 내릴 계획이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