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량채권 몸값 '껑충'…기업銀, 사상 최저금리에 글로벌 본드 발행
국내 우량기업과 은행들이 해외에서 발행하는 외화채권에 국제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다. 낮은 금리로 인해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시들해진 상황에서 우량 회사채에 자금이 몰리면서 한국물이 국제 채권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12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11일 새벽(한국시간) 5년만기 글로벌본드 5억달러어치를 연 2.375%에 발행했다. 이는 5년만기 미국 국채수익률에 185bp(1bp=0.01%포인트)를 더한 수준이다. 지난 10일 동서발전이 미국 국채수익률(T)에 195bp를 더한 수준인 연 2.5%에 채권을 발행하며 ‘한국계 채권 사상 최저금리’라고 발표한 지 불과 하루만에 10bp 더 떨어진 금리에 채권이 발행된 것이다. 채권금리를 낮게 발행하는 것은 수요자들이 그만큼 그 채권가격을 높게 쳐 준다는 뜻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웬만해선 한국계 채권에 잘 투자하지 않았던 핌코나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같은 양질의 투자자가 다수 들어온 것이 큰 성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한국계 채권에 대한 선호 현상은 올들어 뚜렷해지고 있다. 올 초에 비해 국내 금융사와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의 유통금리는 대부분 100~150bp씩 급락했다. 연초에 비해 채권금리를 연 1%나 덜 줘도 사겠다는 수요자가 넘쳐난다는 얘기다. 수출입은행이 지난 1월 T+315bp에 발행한 5년만기 글로벌본드는 지난 11일 유통시장에서 T+173bp에 거래되고 있다. 유통시장에서 채권을 사겠다는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산업은행이 발행한 같은 조건의 글로벌본드도 작년말엔 가산금리가 320bp였지만 최근엔 175bp까지 떨어졌다.

발행금액에 비해 청약금액이 얼마나 몰렸는지를 뜻하는 청약배수도 과거 2~3배에서 최근엔 최고 10배언저리까지 높아졌다. 동서발전 글로벌본드의 경우 5억달러 발행하는데 48억달러가 몰려 청약배수가 9.6배를 기록했다. 지난 6월 발행된 외환은행 글로벌본드에도 7억달러 모집에 54억6000만달러(7.8배)나 신청이 들어왔다. 기업은행 글로벌본드의 청약배수는 4.6배였다.

한국계 채권 발행 금리가 뚝뚝 떨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은 굳이 금융회사에서 외화를 빌리기보다 직접 자기 신용으로 채권을 발행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이 지난 4월 외평채 금리보다 30bp 낮은 T+80bp에 10억달러 글로벌본드를 발행한 것이 그런 예다.

최성환 수출입은행 국제금융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유럽·미국계 금융회사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락했고, 일본계 외화채권은 금리가 너무 낮아 투자하기 어렵다”며 “상대적으로 투자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한국물을 선호하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일규/이상은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