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기준금리를 연 3.0%로 0.2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한은이 내세워왔던 금리 정상화를 포기하고 41개월 만에 금리를 인하한 것은 급속한 경기하강을 더 걱정한 결과일 것이다. 유럽 위기, 미국 중국의 경기부진으로 경기의 하방위험이 커져 선제 대응했다는 게 김중수 한은 총재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인하는 지난 12개월 동안이나 금리 동결 일변도여서 한은이 대체 뭐하는 곳이냐는 비판이 고조됐던 뒤끝이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도미노 속에 한은도 마지못해 내렸다고 보는 게 적절할 것이다.

물론 국내외 여건은 금리 인하쪽으로 움직여왔다. 올해 성장률이 3% 안팎에 그치고 2분기 기업실적 악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반면 물가는 2%대 안정세이고, 가계부채 문제도 총량의 고삐를 잡은 상황이다. 금리 인하가 놀랄 일은 아니라는 평가들이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하의 성장률 제고 효과가 고작 올해 0.02%포인트, 내년 0.09%포인트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돈이 얼마나 잘 도는가를 나타내는 통화승수는 2010년 24.3배, 작년 22.7배, 올 4월 22.0배로 하락일로이고, 통화유통 속도도 1년 전 0.730에서 올 1분기 0.721로 둔화됐다. 한은조차 금리 인하 효과에 회의적인 분위기다.

금리의 경기조절 기능이 실종된 것은 세계 중앙은행들의 공통된 고민거리다. 미국 유럽 일본이 한결같이 제로금리, 양적완화 등 극약처방을 수년째 쓰고 있지만 실물경기는 호전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아무리 돈을 풀어도 실물로 가지 않는 터여서 케인스식 처방은 이미 파탄을 고했다고 보는 견해도 많다. 최근 독일 프랑스가 마이너스 금리로 국채를 발행한 것이나, 국내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도 그런 단적인 증거다.

이런 상황에서의 금리 인하는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더 높다. 정치 포퓰리즘과 야합한 케인스식 통화 정책이야말로 오히려 위기의 본질이다. 그럼에도 지구촌 선거의 해를 맞아 돈 풀어 경기를 부양하라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는 실정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뿌리는 타락한 정치에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