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000억원 클럽’ 가입은 모든 중소기업의 ‘꿈’이다. 1000억원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 지속가능한 기업의 기반을 굳혔다는 상징성을 갖는다. 중소기업을 졸업하고 중견기업 대열에 진입하는 ‘티켓’으로도 통한다. 자동차 부품업체 코다코(사장 인귀승)는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가 가져다 준 시련을 딛고 이 꿈을 실현한 대표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1000억원 클럽에 이름을 올리고 불과 1년 만인 지난해엔 사상 최대인 186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 금융위기로 ‘빅5’ 투자은행의 하나였던 리먼브러더스가 문을 닫는 ‘리먼 사태’가 터진 직후인 2009년을 제외하면 14년 연속 신기록 행진이다. 설립 첫해에 터진 외환위기(1997년)와 리먼 사태(2008년), 유럽 재정위기(2011년) 등 강력한 외풍을 견뎌내고 얻어낸 성과다. 연간 매출 2000억원을 눈앞에 둔 지금은 글로벌 다이캐스팅업계 1위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인귀승 코다코 사장은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기까지는 어려웠지만, 일단 넘어서니 어느새 매출 2000억원을 바라보게 됐다”며 “글로벌 다이캐스팅 1위인 일본 료비사를 따라잡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지금은 가공(다이캐스팅)만 하지만 향후 조립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지난해 수출 5000만달러 수출탑을 받은 데 이어 올해엔 7000만달러탑을 받기로 돼 있는데, 내년엔 1억달러탑에 도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5년 다이캐스팅 ‘한 우물’

코다코는 알루미늄 다이캐스팅 전문 기업이다. 알루미늄을 녹여 틀에 붓고 조향장치와 트랜스미션용 컨버터 하우징, 밸브 보디 등을 생산해 1차 벤더를 통해 자동차회사에 납품한다. 15년간 다이캐스팅 한 우물을 파 국내 최고 전문성을 자랑하면서도 다양한 제품을 생산, 포트폴리오의 균형이 잡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객사 역시 국내와 해외에 두루 퍼져 있다. 국내의 현대파워텍 현대모비스 한라공조 만도, 미국 보그워너 메탈다인, 일본 NSK 등 글로벌 50위 이내 부품업체들(1차벤더)을 통해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 크라이슬러 혼다 GM 포드 닛산 스바루 피아트 등 전 세계 10여개 자동차업체에 부품을 공급한다.

○시련 극복 ‘오뚝이 DNA’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리먼 사태, 2011년 유럽 재정위기. 15년 이상 존속한 기업이라면 모두 거친 위기이지만 코다코에는 의미가 남다르다. 먼저 회사를 설립한 1997년 외환위기가 닥쳤다. 위기를 수습했다 싶어 천안 공장을 증설하자마자 리먼 사태가 터져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다. 통화옵션상품 키코로 300억원이 넘는 빚더미에 깔려 유동성이 극도로 악화된 탓이었다. 그럼에도 이를 모두 극복하고 지난해 유럽발 위기 속에서도 매출 신기록을 달성했다. 자동차 부품업계에서 “코다코는 오뚝이 DNA를 가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위기 극복 DNA를 앞세워 코다코는 1997년 매출 50억원에서 15년 만에 40배인 2000억원을 바라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1869억원으로 2010년(1484억원)에 비해 26% 성장, 전 세계를 강타한 유럽 위기를 무색하게 했다. 리먼 사태가 터진 이듬해인 2009년 한 차례 매출이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14년 연속 매출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올해 경영계획은 매출 2000억원 돌파로 잡았다. 상반기 매출이 이미 1000억원을 넘어선 데다 자동차 업황이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좋아 올해 경영계획 달성은 무난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인 한승우 상무는 “6월에 월 매출이 처음으로 200억원을 넘어섰다”며 “올해 연간 매출은 당초 목표를 웃돌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자동차업계에 만연한 ‘마른수건 짜기’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라는 지적이다.

○위기에 빛 발한 ‘조강지처 경영’

숱한 위기를 극복한 원동력은 ‘조강지처(糟糠之妻) 경영’철학에서 나왔다. 코다코는 리먼 사태 여파로 2009년 매출이 급감하고 키코로 인한 300억원 손실에 허우적대면서도 인위적인 인력조정을 하지 않았다. 대신 공장 한편에 토끼와 닭 사육장을 마련했다. 일감이 줄어든 직원들을 위한 배려였다. 임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임금을 삭감하며 힘을 보탰다.

‘조강지처 경영’은 협력사와의 관계에서도 빛을 발했다. 코다코는 제 코가 석자인데도 미국 메탈다인에 지속적으로 부품을 공급했다. 경기 침체 우려로 선수금을 받지 않고서는 거래를 하지 않는 게 당시의 관행이었다. 인 사장은 “직접 어려움을 겪어봤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모른 체 할 수 없었다”며 “힘들 때 함께한 사람들이 지금 큰 힘이 돼주고 있다”고 말했다.

○‘시련 끝, 실현 시작’

위기를 극복한 지금은 중견기업에 걸맞은 시스템을 확보하는 데 힘쓰고 있다. 2013년 중소기업에서 제외되는 데 대비해 CFO와 연구소장 등을 영입하고, 기획조정실을 신설하는 등 체질 개선 작업이 한창이다. 최근 영입한 김한구 연구소장은 자동차부품업계에서는 드물게 세계 3대 인명사전에 모두 등재된 인재다. 작년에 합류한 생산담당 목희수 사장은 ‘생산성 혁신의 달인’으로 통한다.

자동차업계의 ‘전장(전자장치)’ 추세를 겨냥한 신제품도 쏟아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게 ‘스톱 앤드 스타트(stop and start)’ 기능을 하는 하우징 등의 부품이다. 차를 멈추면 자동적으로 시동이 꺼지고 출발할 때 다시 켜지는 기능의 이 부품을 3년여 만에 개발하는데 성공, 미국 보그워너에 1455억원어치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코다코는 향후 다이캐스팅 가공을 넘어 부품 조립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궁극적으로는 1차 벤더로 성장해 나간다는 전략도 세웠다. 인 사장은 “기본에 충실하면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며 “키코로 고생한 과거의 코다코는 잊고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미래의 코다코를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