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의 연속이었다. 늘어난 일감을 소화하기 위해 증설하자마자 ‘리먼 사태’가 터졌다. 자동차산업 침체로 매출이 급감했고,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 탓에 300억원이 넘는 빚더미에 앉았다. 유동성 악화로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연간 매출 2000억원을 목전에 둔 중견기업으로 일궜다. 최근에는 1조원 안팎을 운용하는 국내 정보기술(IT) 분야 최고 사모펀드로부터 투자까지 유치, 다른 자동차부품회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인귀승 코다코 사장(55) 얘기다. 인 사장은 한국경제신문 BIZ Insight와의 인터뷰에서 “혹독한 시련은 끝났다. 이제는 실현의 시기”라며 “코다코를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자동차부품업체로 키워내겠다”고 강조했다.


▷투자펀드인 스카이레이크로부터 2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스카이레이크는 IT 업종 투자를 고수해 왔습니다. 하지만 경쟁력과 시장성을 갖춘 기업이라면 다른 산업분야라고 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겠죠. 코다코는 수주 잔액이 8000억원을 넘어 향후 5년간 안정적인 매출이 가능합니다. 고객사가 현대자동차 계열 중심의 현대파워텍, 현대모비스, 한라공조, 만도 등 국내와 GM 1차 벤더 보그워너, 포드 및 크라이슬러의 1차 벤더 메탈다인, 혼다의 1차 벤더 NSK 등 해외로 균형이 잡혀 있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봅니다. 리먼 사태 때를 제외하면 지난 15년간 매년 20% 이상 성장한 것도 한몫했을 겁니다.”

▷이번 투자유치로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요.

“재무 건전성 확충이 가장 큰 수확입니다. 투자금으로 단기 채무를 상환하면 300% 수준인 부채비율이 130% 정도로 낮아집니다. 이자 비용이 감소하는 만큼 이익은 늘어나게 되죠. 스카이레이크의 금융 네트워크를 활용해 신규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것도 긍정적입니다. 보다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잠재력이 커지게 됩니다. 일본 덴소와도 조만간 거래를 개시합니다. 코다코의 다이캐스팅 기술력과 스카이레이크의 IT 노하우를 접목해 ‘스마트 자동차’ 시대를 앞당기는 혁신적인 기술도 선보일 겁니다. 예전에는 기술력이 있어도 자금이 달려 신기술 개발에 속도를 못 냈습니다.”

▷스카이레이크는 깐깐하기로 유명하던데, 협상 과정은 순조로웠나요.

“사전 리뷰를 아주 꼼꼼하게 하고 협상에 임했습니다. 마치 인수·합병(M&A) 협상을 하는 듯 치밀해 놀랐습니다. 국내 고객사를 직접 만나고 해외 고객사와는 화상회의까지 하더군요. 거래은행도 모두 만났고요. 너무 깐깐해서 ‘하지 말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이 과정에서 ‘코다코=정말 믿을 수 있는 회사’로 검증됐다고 봅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키코 피해자’였던 코다코가 날개를 다는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키코는 제 인생 ‘최고의 수업’이었습니다. 재무구조가 좋은 기업에만 판매하던 키코가 부메랑으로 돌아와 모든 걸 빼앗길 뻔 했죠. 자주 오던 은행 지점장들이 발길을 뚝 끊더니, 급기야 대리가 찾아와 ‘대출만기를 연장하기 힘들 것 같다’고 하더군요. 자동차 경기만 살아나면 다시 좋아진다고 해도 듣질 않았어요. 회사 체질이 확 달라진 지금은 은행 본부장들까지 찾아옵니다. 차입금을 상환하지나 않을까 긴장하고 있을 겁니다. 체질 개선 작업은 계속합니다. 목희수 생산담당 사장을 영입한 뒤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좋아지고 있습니다.”

▷확 달라진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키코로 빚더미에 깔렸지만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안 했습니다. 한솥밥 먹던 식구들인데 조강지처를 버릴 수는 없잖습니까. 하루는 일감이 없는 직원들을 버스에 태워 교육을 보내는데, 사무실에서 떠나는 직원들을 보면서 막 눈물이 나더군요. 결심했죠. 반드시 살아나겠다고. 코다코가 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임직원들도 자발적으로 임금을 삭감하며 투지를 불태웠어요. 연구·개발(R&D) 투자도 계속했죠. 얼마 전 1억달러어치 오더를 받은 부품은 2009년 위기 때 개발을 시작한 겁니다. 역시 투자는 위기에 해야 제맛입니다.”

▷올해 기대되는 신제품은 어떤 게 있습니까.

“세계적으로 ‘연비절감’과 ‘친환경’이 대세입니다. 차를 멈출 때 시동이 꺼지고 출발할 때 다시 켜지는 ‘스톱 앤드 스타트(stop and start)’ 기능이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기능을 구현하려면 밸브 보디와 하우징 등 두 개의 부품이 필요했어요. 코다코가 세계 최초로 두 부품을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완성차 입장에선 공간 활용도가 커지고 비용은 줄어드는 1석2조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주문이 밀려들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 우려가 큰데, 자동차부품업계는 괜찮습니까.

“올해 매출 2100억원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업황이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더 좋은데, 상반기에 이미 1000억원을 넘었어요. 6월엔 월 매출이 처음으로 200억원을 웃돌았죠. 위기는 항상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BMW나 벤츠 공장 근로자들이 여름휴가 간다는 소리 들어봤습니까? 3교대로 바쁘게 돌아갑니다. 자동차는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닙니다. 필수품에 가까워진거죠. 2007년 1750만대에 달했던 미국 자동차시장이 2009년 800만대로 급감하고, 작년에 1300만대 정도까지 올라왔습니다. 교체 수요와 신규 수요를 합하면 성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합니다.”

▷중·장기 비전이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잘나갈 때일수록 어려웠을 때를 잊어선 안 됩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신중하게 전진해나갈 겁니다.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 휴먼’을 지향합니다. 세계 1위 다이캐스팅회사인 일본 료비사를 넘어서는 글로벌 다이캐스팅 1위가 될 겁니다. 직원들 사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어 문제 없습니다. 연비 개선을 통해 인간 생활을 쾌적하게 만드는 데도 앞장 설 겁니다. ‘강한 코다코, 보람 있는 일터, 행복한 코다코인(人)’을 위해 뛰고 또 뛸 겁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